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2일 김 내정자의 서울 내수동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22일 김 내정자의 서울 내수동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4월까지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오는 8월까지로 제한된 임기를 거부했던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직을 최종 수락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합당도 이달 29일까지 마무리하기로 결론지어져 김 전 위원장은 총 103석 규모의 통합당을 이끌게 됐다.

돌고 돌아…결국 김종인

통합당 당선자들은 22일 워크숍을 열고 김 전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구성을 의결했다. 기한은 내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까지로 정했다. 비대위에 공천 등 당 쇄신에 필요한 권한을 주고,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까지 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충분한 활동 기한이 필요하다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당선자들이 수용한 셈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워크숍이 마무리된 뒤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비대위원장 직을 공식 제안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달이 넘도록 끌고온 거라 이런저런 얘기 더 할 것 없이 일단 수용하겠다”며 “당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내년 4월 7일까지 김종인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두고 찬반 투표가 이뤄졌고, 찬성표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해진 당선자는 “(개표할 때) 찬반이 나뉘어서 표가 쌓이는데 높이를 보면 (차이를) 알겠더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워크숍 전 김 전 위원장과 당선자들을 각각 여러 차례 만나 임기 등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처음엔 당선자 사이에서 연말까지만 (김 전 위원장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주 원내대표가 나서서 당선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84석)과 미래한국당(19석)을 합친 총 103석 규모의 당 쇄신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은 이달 29일까지 통합당과 합당을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원유철 대표의 임기 연장 계획을 백지화했다. 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26일 예정됐던 (임기 연장을 위한) 전당대회는 취소한다”며 “합당에 대한 실무 절차는 수임 기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이달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전환과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 쇄신 성공할까

김 전 위원장이 공공연히 ‘파괴적 혁신’을 거론해온 만큼 당명부터 정강정책, 인물까지 큰 폭의 쇄신이 예상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2022년 대통령 선거 준비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40대 기수론’ 등 차기 대권주자 발굴 계획에 대해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비대위에 청년 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방안 역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당선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변화와 혁신’은 공허한 외침이라는 것을 너무도 깊이 깨닫고 있다”며 “김종인 비대위가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당 쇄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은 비대위 전환을 두고 한 달가량 진통을 겪었다. 비대위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희옥(2016년 총선 패배 후)·인명진(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김병준(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 비대위 등은 위원장의 좁은 당내 입지와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