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60만원만 줘도 年 360兆 드는 기본소득제…재원마련은 '관심 밖'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에 이어 기본소득제 등 ‘핵폭탄’이 작렬할 텐데, 국민은 ‘제도에 대한 비판만 하지 말고 대책을 말해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김희국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당선자는 “집권 의지를 불태우고 패배의식을 씻어내려면 국민의 실존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사실상 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촉구했다.

여야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지원금이 지난 총선에서 최대 의제였다면, 2022년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이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재정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표심만을 겨냥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당 일각, 법안 초안까지 마련

여야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기본소득 도입법 초안을 마련했다. 같은 당 허영 당선자도 기본소득법 발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허 당선자는 “육아수당, 자영업월세수당, 청년수당, 농어민수당 등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기본소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올해부터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기본소득당 대표인 용혜인 당선자는 지난 13일 더불어시민당에서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하면서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정의당이든 내용에 동의한다면 협조해 기본소득을 입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부정적이었던 통합당도 초·재선 의원이나 젊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전향적인 모습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지난 18일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가 보수 가치가 아니라는 건 수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노동시간이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시대에 보수도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21일 내부 토론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의견을 들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요구가 국가적인 아젠다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촉구했다.

연 수백조원 소요될 수도…야는 “점진적으로”

문제는 재정이다. 일회성인 코로나지원금에 12조여원이 소요된 것을 감안할 때 기본소득은 연간 최대 수백조원이 들 전망이다. 더불어시민당이 내걸었다가 철회한 매달 60만원 기본소득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360조원 안팎의 재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보수 야당 인사들도 점진적인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너무 급격하게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30년간 이행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청년이나 노인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의견이 나온다. 천하람 통합당 청년비상대책위원은 “보수 진영은 세금을 많이 걷어서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 연구개발(R&D)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하거나 각종 복지제도에 들어가는 행정비용을 줄여 기본소득으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