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절 정치입문 권유 받아
16代 대전서 출마 내리 6선
3수 끝에 입법부 수장에 올라

민주, 김상희 의원 단독추대
여성 첫 국회 부의장 탄생
< 축하받는 박병석·김상희 의원 >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20일 사실상 확정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여성 첫 부의장에 오르는 김상희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축하받는 박병석·김상희 의원 >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20일 사실상 확정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여성 첫 부의장에 오르는 김상희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결정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연한 합리주의자’로 통한다. 계파색이 옅고 특정 정파에 얽히지 않았다는 평이다. 20대 국회의장에 도전해 두 번 고배를 마신 박 의원은 ‘삼수’ 끝에 입법부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양김’ 모두 러브콜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YS는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박 의원을 불러 정치 입문을 권유했다. 정치부 기자로 있던 박 의원은 YS의 제안을 거절했다.

몇 년 뒤 DJ가 박 의원을 찾았다. DJ는 홍콩특파원을 지낸 박 의원에게 중국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홍콩특파원 당시 톈안먼 사태를 취재해 자오쯔양 중국 총리 체포 구금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박 의원은 사석에서 “DJ가 되레 중국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DJ의 지력(知力)에 마음을 빼앗긴 박 의원은 1998년 DJ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을 맡으면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박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고향인 대전 서갑에 출마하면서 국회의원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선거는 쉽지 않았다. 대전 서갑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데다 충남 부여 출신인 김종필 총재가 ‘충청 홀대론’을 내세우며 만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위 자민련 후보와의 표 차는 불과 2780표였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부의장을 맡았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국회 한·중의회외교포럼 회장을 지냈다.

박 의원은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박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박 의원은 윤 부대변인이 결혼을 앞두고 전세자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줬다고 전해진다. 기자 출신이라 꼼꼼하고 업무 성과를 요구하는 기준이 높지만, 일단 보좌진이 만족할 만큼의 업무 수준에 도달하면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준다고 한다. 박 의원은 술을 못 하는 ‘약점’을 부지런함으로 메웠다. 초선 시절엔 국회와 지역구를 오가기 위해 700번 이상 기차를 타는 등 현장을 발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과열 경쟁 우려로 단독 추대

박 의원은 경쟁자였던 5선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후보 등록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레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결정됐다. 국회의장은 국회 다수당이 지명한 의원이 출마해 본회의 표결을 거치는 게 관례다. 김 의원은 의장 후보 등록 마감일인 20일 페이스북에 “경제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역할에 전념하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앞서 박 의원과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두고 긴밀히 논의해 왔다.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과열 경쟁을 막자는 여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에 오른 박 의원에게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국회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박 의원이 177석을 확보하면서 거여(巨與)가 된 민주당의 무분별한 입법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법안 직권상정과 같은 본회의 운영권, 질서유지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의장의 절제된 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기 2년인 국회의장은 당선된 다음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다. 특정 정당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결단할 때는 결단하는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5선인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이 부의장 출마 의지를 접으면서 4선인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소사)이 여당 몫의 부의장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 최종 표결을 거치면 1948년 제헌국회 이후 73년 만에 여성 부의장이 탄생한다.

■ 국회의장 확정된 박병석 의원은

△1952년 대전 출생
△1970년 대전고 졸업
△1976년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업
△1985년 중앙일보 홍콩특파원
△1995년 중앙일보 경제부 부장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
△1999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2000년 16대 국회의원
△2007년 17대 국회 정무위원장
△2008년 18대 국회의원
△2012년 19대 국회 부의장
△2016년 20대 국회의원
△2020년 21대 국회의장 내정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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