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4월 초중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천식과 감기 환자를 결핵 병동에 강제격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금까지도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발표와 달리 북한이 실제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북한 각지의 주민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한국 거주 탈북자 남성의 증언을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사라진 3주 동안 코로나19 진단기재와 치료기술이 없는 북한이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일본 정보당국도 같은 내용의 증언을 확보해 코로나19와 김 위원장 활동과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탈북자 남성이 북한의 코로나19 정보를 접한 것은 4월 중순 중국 국경지역인 무산의 지인과 연락했을 때다. 무산의 지인은 "태양절(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을 맞아 방역이 대폭 강화됐다"고 전했다. 중앙기관으로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난 사람은 반드시 격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진단할 방법이 없었던 현지 방역부서가 '담당자와 기재가 없다'고 보고하자 중앙부서는 '그럴리가 없다'며 검열을 나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탈북자 남성은 "검열을 받는 것이 성가셨던 현지 방역부서가 일을 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천식이나 감기환자를 결핵병동에 강제적으로 격리했다"고 말했다. 원래 입원해 있던 결핵환자와 같은 병동에 수용한 탓에 강제격리된 환자의 정확한 숫자와 증상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즈음 북한에서는 경제활동이 극단적으로 위축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혜산에서는 자유시장인 '천마단'이 폐쇄됐다. 이 때문에 천마단 상인들은 휴대전화로 거래를 했고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소규모 임시 거래소가 들어섰다.

같은 시기 평양에서는 '사회주의보건제도의 우월성과 정당성'과 '방역이야말로 최고 존엄(김 위원장)을 수호하는 것' 등과 같은 선전이 강화됐다. 선전은 집단감염을 피하기 위해 집회 형식이 아니라 집집마다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만 실시됐다. 소속부서별로 구성원들이 자기비판을 통해 당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하는 생활총화도 개인보고 형식으로 바뀌었다.

4월 초순 평양에서는 건물의 소독과 식당에서의 간격 유지가 엄격히 실시됐다. 외출시 마스크착용도 의무화됐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어 대학생들로 임시 조직한 방역감시팀이 마스크 미착용자들을 적발해 반성문을 받았다.

반면 북한의 주요 경제도시인 나선과 신의주는 4월 중순부터 돌연 중국과의 물류통제가 완화됐다. 이 탈북자는 "나선과 신의주는 물류의 대동맥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봉쇄하면 아사자가 나올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11일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 출석한 이후 종적을 감춰 한때 중병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