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한국 측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공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외신 기자들과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난달 한국에 13억달러(약 1조5900억원)를 요구한 이후 협상 상황에 대해 “협상은 중단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협상을 진행해 가면서 유연성을 보여 왔다”고 답했다.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양보할 차례가 됐다는 걸 재차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양국은 13억달러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지만, 계약 기간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하길 원하고, 한국 정부는 5년 다년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퍼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정부가 충분히 수용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된다”며 “우리는 이에 관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 역시 지난 5일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해 “우리 쪽은 지금까지 유연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쪽이 유연성을 더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