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정총리 "당정, 통합된 단일대오 보여야…협치내각 필요 여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야당 인사를 내각에 등용하는 이른바 '협치내각' 구성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뜻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의 총선 압승에 따른 '거여정국'에서도, 취임 전부터 피력해온 협치내각 구성 의지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협치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굉장히 큰 위기를 겪고 있고, 설령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정치가 달라져야 하며 이제 바람직한 모습은 협치"라고 강조했다.

4·15 총선을 계기로 역대급 '슈퍼여당' 시대가 열리면서 후반기 국정추진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지만, 속도감 있는 코로나19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폭넓은 인사 중용 등 야권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여당 총선 압승과 관련, "국민들이 집권여당과 정부에 큰 무거운 짐을 지워줘 우리가 더 유능해져야 한다"며 "당정간 불협화음이 있어선 안되고 국민에게 단일대오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뒤 14년만에 돌아온 공직 사회에 대해 "아직도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정 총리와의 일문일답.
-- 취임 후 거의 넉 달이 됐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집중했다.

그간 임기 수행에 대해 자평한다면.
▲ 평가는 국민이 하실 일이다.

그 사이에 참 많이 배웠다.

힘들었지만 국민들로부터 희망, 헌신, 열정을 배운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국민을 잘 섬기는 총리로 꼭 제 역할을 하겠다.

-- 국정운영에서 대통령과 총리 간 소통은 상당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소통은 어떤가.

▲ 과거 총리들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의 방법으로 소통이 아주 잘되고 있다.

가능한 한 매주 주례회동을 하고 있다.

내가 대구 상주를 할 땐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3년이 돼 국정에 정통하고, 개인적 성품도 자상하고 배려하는 분이라 소통에 있어선 최상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 취임할 때 대통령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직언한 것이 있나.

▲ 지금까지는 별로 이견이 없어 다른 의견을 개진할 일이 없었다.

웬만큼 대화와 소통이 잘 되고 있어 특별히 결심하고 무슨 말씀을 드릴 상황이 아직 온 적이 없다.

-- 여당의 총선 압승을 평가하면. 열린우리당은 과거 152석을 확보하고도 입법성과를 내지 못한 것엔 당정 엇박자가 이유로 꼽혔다.

당정간 협력 어떻게 해야 하나.

▲ 국민들이 총선에서 집권여당과 정부에 무거운 짐을 지워주신 것으로 본다.

유능해져야 하고 국민들을 제대로 섬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정 간 불협화음이 있어선 안된다.

당과 정부가 입장이 꼭 같을 필요는 없고 그때 그때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럴 때는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해 합의에 이르러 국민들에겐 통합된 모습, 단일대오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 신임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 당부가 있다면.
▲ 김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잘 했었다.

원내대표가 정책을 아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나도 '정책통'이라 소통이 잘 될 것이다.

개인적 신뢰관계도 있어 당정간 소통에는 별 문제 없을 것이다.

-- 국회의장 때도 개헌에 의욕적이었다.

여당 총선 압승으로 개헌이 가능할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 개헌은 정치권의 몫이다.

개인적인 소신은 있지만 총리로서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개헌에 무슨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 (21대 국회) 개원 후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본다.

그래서 개헌은 국회 몫이다.

-- 이번 정권 내 개헌이 가능할까.

▲ 개헌을 하려면 앞으로 1년 내에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시기가) 넘어가버린다.

-- 취임 전부터 밝혀온 협치내각 구상과 관련, 총선 압승으로 혹시 마음이 바뀌었나.

▲ 우리가 지금 코로나19라는 굉장히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설령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그 이후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따라 올 것이어서 협치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국민을 더 잘 섬기고 우리가 선진국으로 확실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달라져야 하고, 바람직한 모습은 협치다.

-- 그동안 이뤄진 검찰개혁 충분했나.

더 해야 할 부분이 있나.

▲ 어렵사리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왔다.

새로 무엇을 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잘 매듭 지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잘 출범 시키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잘 해 권력기관이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민생도 챙기고 경제 활성화와 미래 준비를 해야 해 권력기관 개혁은 조속히 완수하는 게 좋다.

-- 초대 공수처장에 적합한 인물상은. 일각서 여성 처장 임명론도 나온다.

▲ 성(性)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강단있고 불편부당한 가치관을 가진 분이어야 할 것 같다.

처장 임명은 여야가 합의를 이뤄야 하니 중립성있는 인사가 좋다.

첫 단추를 잘 꿰려면 국민적 신망도 있어야한다.

-- '경제총리'를 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강국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두 그룹에서 뒤지지 않고 앞에서 나아가는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다.

일시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와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민생도 굉장히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문제와 민생을 챙기는 게 당장엔 우선이고, 동시에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한국판 뉴딜' 과제들을 이행하는데 있어, 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지혜롭다.

우리의 장점은 ICT(정보통신기술) 등 디지털과 바이오다.

'K방역'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역 분야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이처럼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찾아 아주 과감하게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어야한다.

--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3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자국채 발행과 국가부채 비율 등의 우려도 있다.

▲ 일단 1차(11조7천억원)와 2차(12조2천억원)때 보다는 규모가 더 커져야 할 것 같다.

당장 일자리와 민생 문제, 기간산업 등 산업과 기업 지원을 위해서다.

지금 수치를 특정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재원의 경우 어차피 국채 발행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채 발행을 가능하면 적게 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아주 열심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부동산 투기는 근절해야 하지만 우격다짐만으론 안된다고 했었다.

앞으로 부동산 정책 어떻게 펴나.

▲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건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독이다.

집은 주거 목적이어야지 투기 대상이 되도록 방치 하는 건 옳지 않다.

투기를 하고자 하는 분들은 정부가 법·제도로 별 노력을 다해도 기회가 있으면 투기를 마다하지 않지 않나.

투기 세력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그런 것은 세제 등을 갖고서는 되지 않는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게 하느냐도 중요해 공급 측면에도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소프트랜딩'하려면 법·제도 정비도 중요하나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기능과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 총선 후 여권 일각서 나왔던 토지 공개념 도입 검토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 가끔 나오는 이슈다.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자세한 내용은 들어봐야 알겠지만 국민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당정간 논의를 한 적도 없다.

-- 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에 대해 세 후보가 모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당정 논의가 있었나.

▲ 그런 논의는 없었다.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도 있지만 투기를 막는 쪽에 더 방점이 있는 제도로, 이를 존속시키는 한 입법취지를 잘 충족시켜야 한다.

한국인들의 정서 속엔 '1가구 1주택'은 존중해줘야지 너무 힘들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 있다.

그런 정서를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1가구 1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종부세를 무력화해서는 안된다.

-- 선을 지키되 부분적 완화는 가능하다는 것인가.

▲ 부분적 완화 정도는 있을 수 있다.

당정, 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은 없다.

종부세 부과 기준(주택 공시가격 9억원)이 정해진 후 집값이 많이 올랐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그런 걸 조정하는 정도는 종부세를 무력화하지 않으면서도 1가구 1주택자를 존중해주게 되는 것이 된다.

종부세를 현실화해야하지만 제도는 훼손하면 안된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한 부과 기준 조정 정도의 현실화는 하는 것이 좋다.

--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한일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 풀어야 한다.

일본이 국내 정치용으로 한 측면도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빨리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 경제산업상과 지금도 열심히 협의를 하고 있다.

수출규제부터 정상화하고 일본과 통화스와프도 복원해야한다.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경제협력 등은 하는 것이 옳다.

다만 이는 우리보다는 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문제여서 우리는 합리적 선에서 대화하고 관계 정상화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옳다.

-- 원격의료 제도화 방향은.
▲ 가야 할 목표지만 과정 관리를 잘 해야한다.

많은 선진국이 채택한 방법 중 하나다.

과거 의약분업 때 혼란이 많았는데, '일방통행' 보다는 소통의 노력으로 혼란없이 목표에 이르는 것이 좋다.

--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정부조직개편 방향과 시기는.
▲ 보건복지부의 외청으로 독립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처·지자체와의 협력 문제는 복지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 정부조직개편에 그 문제가 포함될 것이다.

질본만 따로 '원포인트' 정부조직개편을 하는 것 보다는 어떤 계기에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은 별로 정부조직개편을 연구하고 있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

-- 하반기 개각이 예상된다.

▲ (청와대가) 개각 검토 안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당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수시로 개각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면 해야하겠지만 꼭 능사는 아니다.

-- 책임총리 요체는 인사 제청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개각에서 제청권 행사할 계획은.
▲ 우리 헌법 상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쭉 해온 관행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논란도 일부 있는 것 아닌가.

하여튼 헌법이 요구하는 책임과 권한을 다해야겠죠.
-- 남북관계 교착 상황이다.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 아직 북측의 호응이 없으니 좀 답답한 심정이다.

유엔이나 미국 등 국제 사회와도 소통하면서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행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제사회 제재가 있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틈새가 있다.

틈새를 찾아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 2006년 산업부 장관 이후 오랜만에 행정부에 돌아왔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해 기획재정부도 질책했다.

공직사회 더 바뀔 점이 보이나.

▲ 보인다.

아직도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는 공직자들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

적극행정엔 상을 주고 소극행정엔 벌을 줘야한다.

-- 다음 대선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가 경제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정책, 정치분야를 폭 넓게 경험했다.

다음 대선 출마에 생각 있나.

▲ 지금 총리나 잘할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보면 어느 자리를 놓고 욕심을 내고 뛰어간 적은 없다.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성과를 내니까 다음에 쓰임새가 있는 상황이었다.

능력있는 총리 중 하나였다는 기억으로 국민에게 남고 싶은 욕심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