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0억弗 요구하던 미국
13억弗 제시하며 "많이 줄여줬다"
트럼프 "지불 합의" 기정사실화
작년 9월 이후 8개월째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적정 분담금 규모를 둘러싼 양측 간 이견이 여전히 팽팽하기 때문이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작년 대비 13%대 인상안을 내세운 한국 측 제안에 미국은 “한국이 더 양보해야 한다”며 50% 넘는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8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올해 적용되는 11차 한미방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에 13억달러(약 1조5849억원)의 분담금을 요구했다. 작년 분담금(1조389억원)에 비해 52.5% 늘어난 규모다. 미국이 애초 협상 초기 제시한 50억달러(약 6조980억원)보다 액수가 대폭 줄었지만, 지난 3월 초 양국 협상단이 ‘잠정 합의’에 이르렀던 13%대 인상안과 비교해선 인상률이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미국 측 요구에 한국 정부는 13%대 인상안이 합리적인 수준의 분담금 규모라며 버티고 있어 양측 간 물밑 협상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결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협상 조율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과장 어법을 동원해 “부자 나라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하고, 더 낼 능력이 있다”는 식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양국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기로 했다” 는 등 스스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 질의에 답하는 도중 “한국은 우리에게 상당한 돈(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협상이 진행 중이며 합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압박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제임스 앤더슨 미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해 “우리는 진화하는 전략 환경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한국에 더 크고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짊어지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미래를 바라보며 우리는 더 많고 복잡한 도전 과제에 함께 직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도 지난 5일 “우리 쪽은 지금까지 (방위비 협상에)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쪽에서도 일정한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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