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경 미래한국당 비례당선자 인터뷰.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윤주경 미래한국당 비례당선자 인터뷰.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주경 당선인(61)이 "나는 할아버지 찬스로 당선된 것이 맞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윤 당선인은 독립운동가인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이자 첫 여성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인물이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촉위원, 독립기념관 이사, 윤봉길 월진회 이사 등을 지냈다.

다만 윤 당선인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대우받는 나라가 되어야 앞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일반 국민들도 앞장서 헌신하지 않겠나?"라며 "윤봉길 장손녀라는 것은 제게 혜택이면서 책임과 의무라는 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윤봉길 의사 장손녀시다. 정치 입문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제가 정치에 입문한 극적인 이유가 있길 원하는데 그런 건 없다. 과거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재직하다보니 독립운동 연구와 관련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법적으로 보완됐으면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마침 미래한국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아 용기를 낸 것이다."

▷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이름이 알려졌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한 광고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 별다른 이력이 없는 윤 당선인이 '할아버지 찬스'로 당선됐다는 비판도 있다.

"할아버지 찬스로 국회의원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다면 독립운동사 연구기반을 튼튼히 하고 독립운동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라는 영역에 발을 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 김구 선생 며느리께서 국회에 독립운동가 후손 출신이 5명만 있으면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대우받는 나라가 되어야 앞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일반 국민들도 앞장서 헌신하지 않겠나?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이 후손들에게 기억되어야한다. 윤봉길 장손녀라는 것은 제게 혜택이면서 책임과 의무라는 짐이기도 하다."

▷ 윤봉길 의사와 관련해 에피소드나 개인적인 추억은 없나?

"윤봉길 의사 아들이신 저희 아버지는 어렸을 때 많은 핍박을 받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앞으로 불러내더니 이 아이 아버지가 조선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저에게도 '윤봉길은 독립운동가지만 결국 사람을 살상한 사람'이라며 가슴 아픈 말을 하는 분도 계셨다. 물론 너희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독립에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분들도 많았다. 나의 아버지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할아버지가 가끔씩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리움이 더 크다."

▷ 최초 당선권 밖 순번을 받으셨을 땐 어떤 심정이었나?

"제가 미래한국당에 입당할 때 비례순번 등을 약속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다행히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염려를 해주셔서 비례 1번이 됐다. 제가 뒤늦게 비례 1번이 된 것은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는 국민의 뜻을 미래한국당이 받든 것이고, 국민 앞에 다짐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윤 당선인의 한국당행은 윤봉길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윤봉길 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어떤 당은 독립운동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당은 친일 당이라는 낙인은 옳지 않다. 다른 나라사람이 보면 우리나라는 국민 절반이 자기 나라 독립운동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오해할까봐 걱정이다."
윤주경 미래한국당 비례당선자 인터뷰.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윤주경 미래한국당 비례당선자 인터뷰.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이 친일정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근현대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이 친일정당이라는 비판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친일하려는 정치인이 어디 있겠나. 예를 들어 진보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원년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친일이라고 한다. 제 생각엔 건국70년이다 또는 건국 100년이다 모두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임시정부에서도 개천절을 중요한 국경일로 생각했다."

▷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이 친일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저하나 영입했다고 꼬리표가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거다. 독립운동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보여 줄 때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 같다."

▷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어떤 상임위에 들어가고 싶나?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등을 담당하는 정무위에 들어가고 싶다. 일본 역사왜곡에 분노하면서도 우리나라 독립운동 연구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이러다 일본 사람이 연구한 독립운동사만 보게 될 지도 모른다."

▷ 가장 먼저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아직 구체적인 법안은 완성하지 못했다. 앞서 말한 독립운동 연구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 21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참패를 당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세상은 변해 가는데 국민들의 혁신 요구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보수 혁신 방안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생각한 것이 없다. 저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국회에 들어가면 제가 해야 할 일만 묵묵히 하고 싶다."

▷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과 합당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형제 정당이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님도 당선인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통합당이 내홍을 겪고 있으니까 합당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없지만 곧 합당을 할 것이라고 본다."

▷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선별적 복당‧무소속 후보들을 합류시켜 교섭단체 구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바 없다. 원유철 대표께서는 통합당과 합당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 마지막으로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포부를 말씀해 달라.

"저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영입이 됐다. 독립운동가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해서 모든 국민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