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의존도 95%…중국 없이는 경제성장 어려워
'발등의 불' 국정 현안 산적…평양종합병원 완공·비료공장 가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단절됐던 북·중 관계를 푸는데 직접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총서기 동지가 중국 당과 인민을 영도하여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미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1일(보도날짜 기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에도 시 주석에게 위문서한을 보내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중국 공산당에 지원금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구두친서는 북중 모두 코로나19의 내부 확산을 진정시키고 확진자도 줄어들면서 서서히 경제 정상화에 돌입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정은, 대중국 친선외교 시동…코로나 경제난 돌파구 찾나(종합)
시 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냄으로써 중국과 협력하고 중국에 더욱 의지해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경제난을 우선 해결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국정운영의 핵심은 주민의 생활난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지난 1일 20일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은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선언,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체제 수호 및 자력 성장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줬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전염병에 취약한 북한은 발생 초기부터 서둘러 북중 국경문을 걸어잠궈야 했다.

이는 그동안 대북제재 장기화로 수출입 통로가 대부분 막혀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오다시피 한 북한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할 데 대한 대책적 문제들'을 논의할 정도다.

김정은, 대중국 친선외교 시동…코로나 경제난 돌파구 찾나(종합)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현안 보고에서 "국경봉쇄가 장기화하며 북한 생활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올해 1분기 북중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2억3천만달러고, 3월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1천800여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마당 개장률도 낮아지는 등 상거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며 "조미료·설탕 등 수입 식료품 가격의 일시 급등에 따른 불안 심리로 평양시민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 백화점과 상점에 인파가 나서고 줄서기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내부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잦아드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찾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면 생활고에 지친 민심을 달래면서 민생고와 경제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정은, 대중국 친선외교 시동…코로나 경제난 돌파구 찾나(종합)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분야의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어 중국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급하게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올해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까지 불과 6개월안에 끝내야 한다.

병원건물은 짓더라도 의료장비 등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김 위원장이 직접 지난 1일 준공 테이프를 끊은 순천인비료공장 역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생산설비 등을 갖춰야 하는데, 자체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2017년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의 무역상대국은 급감하고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기 지난 6일 내놓은 '2019년 북한 무역 10대 국가 10대 품목'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무역의존도는 2018년 91.7%에서 2019년 95.2%로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북한과 중국 간 무역액은 전년보다 15.3% 증가한 28억437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지원과 교류가 없이 북한 경제는 한발짝도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대중국 정상 친서 외교에 나서 민생과 경제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나가고 있던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올해 초 코로나19 위로금 전달 후 친서를 통해 양국 지도자간의 신뢰에 토대한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발병설을 둘러싼 미·중 간의 논쟁에 간접적으로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나아가 조만간 코로나 회복국면에서 양국 간 정치·경제·외교 등 다방면의 협력을 재개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공식석상 복귀'?…공개활동 재개가 맞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