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08명 '초선 파워'…원내사령탑 당락 가른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원내대표 경선부터 ‘초선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대표 후보 3인이 초선만을 대상으로 합동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미래통합당 초선 당선자들 역시 오는 8일 치러지는 1기 원내대표 경선에 앞서 후보자와의 질의응답 기회 등을 보장해 줄 것을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기호순)은 6일 국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 후보는 3분씩 기조연설을 한 뒤 공통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초선 당선자들은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후보자들에게 직접 질문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초선 당선자만을 초청해 원내대표 토론회를 열기로 한 건 이례적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대표선거관리위원회 간사는 “기존 원내대표 선거 땐 정견 발표만 했을 뿐 질의응답은 없었다”며 “초선 당선자의 경우 후보군에 대해 정보가 부족해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토론회에서 전체 유권자(163명)의 40%를 웃도는 68명 초선 의원들의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원내대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대표 후보군과의 접점 혹은 당내 친소관계가 이미 형성된 재선 이상 의원과 달리 초선 의원은 정책과 토론회 내용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초선 당선자는 “후보들을 모두 잘 알지는 못한다”며 “후보들의 정견 발표와 토론 내용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선자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상태”라면서도 “토론회와 정견 발표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는 8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통합당에서는 초선 당선자를 중심으로 원내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총선 참패와 지도부 공백 등 위기에 빠진 통합당을 추스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더욱 깊이 있는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 초선 당선자 25명은 전날 성명문을 통해 “8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일에 충분한 토론 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4년을 책임지고 이끌 당선자들이 토론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기존 방식의 원내대표 선거로는 당의 변화를 통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토론과 정견 발표, 질의응답은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절차로, 우리는 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통합당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초선 당선자 단독, 혹은 초·재선 당선자 합동 원내대표 후보자 초청 ‘끝장 토론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던진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요구”라며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이나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원내대표 경선일에라도 당의 미래를 맡길 사람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통합당은 공식적으로 토론회 개최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가 열리기 전에 ‘초선 파워’가 발휘되면서 여야 원내대표 선거 관행까지 바꾼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당선자는 민주당 68명, 통합당 40명, 미래한국당 18명, 더불어시민당 17명 등 총 151명이다. 20대 국회 초선 당선자 132명(44%)보다 늘었고, 17대 국회(62.5%)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