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김정은 건강이상설, 미중 코로나19 충돌 국면 등과 겹쳐 부상"
"김정은 공식석상 복귀로 북한정권 불안정에 대한 우려 사라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복귀하면서 북한 정권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문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3주 만에 공식 석상에 다시 등장하면서 역설적으로 주변국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WSJ은 김 위원장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의 이튿날 보도에서 특별한 문제 없이 걷고 담배를 태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행사 중 하나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4월 15일) 행사에 불참한 이후 그가 중태에 빠졌다거나, 심지어 사망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그 누구도 김 위원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나날이 혼란만 커져 왔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설(說)이 확대 재생산되던 시점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느라 정신없었고, 각 국 간 매끄러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미묘한 외교적 마찰까지 겹친 시점이었다고 WSJ은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느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일본과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수출규제 이후 냉랭해진 관계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갈등에 이어 코로나19 근원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WSJ은 이런 와중에 북한 최고 통치자에게 갑작스레 문제가 생겼다면 "세계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위험한 안보 딜레마"가 담긴 상자가 열렸겠지만, 김 위원장의 복귀는 주변국들에 "결함이 있지만 그래도 예측 가능한, '현상 유지' 상태로 돌아오는 결과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최석훈 전직 주한미군 안보 전략가는 "김정은이 저지른 끔찍한 모든 일을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야기될 도전들을 고려했을 때 주변국 정부들은 그가 괜찮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2011년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에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최근 수년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에 WSJ은 주목했다.

신문은 지금껏 북한과 긴장 관계에 놓일 때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중국과 협력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때도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협력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며 보여준 갈등 양상은 북한 이슈에 있어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관련된 어떤 측면에서도 우리가 (중국과)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극도로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