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열수송관 교체, 내진보강…'코로나 추경'에 안전 예산 '싹뚝'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주기 위해 이런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어도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이철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 2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산업부의 ‘에너지절약시설 사업’ 3500억원 예산 가운데 500억원을 감액하기로 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정부가 작년에 집단에너지시설 공급자들의 배관이 노후돼 (보수가) 시급하다고 해서 예산을 증액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 장관이 “차후년도 예산안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지금 와서 ‘시급하지 않다’는 것은 모순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환 미래한국당 의원은 ‘장기 사용 열수송관’ 예산 삭감을 문제 삼았다. 정부 추경안에서 이 예산은 100억원에서 40억원으로 감액 편성됐다. 김 의원은 “열수송관이 노후돼 거의 다 터지기 일보직전이어서 재난이 아니라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 장관은 이번에도 “내년 예산에서 집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 국민에게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 중 8조8000억원은 기존 예산을 삭감해 마련키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삭감액 중 4000억원가량은 안전 관련 예산이다.

안전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것은 야당 의원들뿐만이 아니다.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실은 6444억원에서 200억원 삭감된 ‘국립대학 시설 확충 사업’에 대해 “내진 보강 사업의 규모 축소로 시설물의 안전성 확보가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추경검토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공교롭게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38명이 사망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긴급대책회의에서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추경안이 과연 과거 사고에서의 교훈을 바탕으로 마련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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