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지도부' 리더십 상실…당권주자 이해득실 따라 자강론 vs비대위 엇갈려
탄핵·대선패배 후 '계파보스' 구심점 없는 진공상태 계속

4·15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 84석에 그친 '역대급'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자리싸움에 사분오열하는 자중지란을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로 총선이 끝난 지 이주일이 지났지만 참패 원인을 분석하기는커녕 당 재건과 수습에 나설 차기 지도체제조차 방향을 잃은 상태다.

통합당은 전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시도했지만, 상임전국위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며 결국 비대위 구성이 수포로 돌아갔다.

상임전국위에서 '8월31일 전당대회' 부칙을 삭제하지 못한 채 시한부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자, 김종인 내정자가 이를 거부하며 당의 좌표 상실 표류 상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난파선의 선장 자리를 놓고 자리싸움을 벌이는 이번 사태가 결국 총선 참패를 부른 통합당의 '민낯'을 한층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당내외의 비판이 무엇보다 거세다.

중진과 대권 주자들이 민심의 회초리에도 뼈를 깎는 쇄신이나 근본적 반성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자강론과 비대위 구성 등을 어지럽게 내세우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한 당선자로 5선에 성공한 조경태 최고위원은 전날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가결되자 정우택 전국위원장과 동료 최고위원 등에게 삿대질과 함께 고함을 치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최고위원은 줄곧 비대위가 아닌 8월 31일 전당대회를 주장해 왔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김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과거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거론하며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비대위원장을 반대한다"고 연일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 통합당 정진석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홍 전 대표가 정 의원을 겨냥해 "자민련에서 들어와서 MB와 박근혜에게 붙었다가 이제 김종인에게 붙는 걸 보니 안타깝다"고 하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홍 전 대표가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홍준표가 우리당의 미래가 될 순 없다"고 맞받아쳤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비대위보다는 자강론에 무게를 실은 유승민·김태흠 의원을 놓고도 차기 대선과 당권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전 인터뷰 등에서 차기 대권주자의 조건으로 '40대·경제전문가'를 내세우면서 당내 유력 주자들이 김 전 위원장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대권주자들 사이에선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도록 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대선 출마 1년 6개월 전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당직을 내려놓도록 한 규정을 없애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대선 주자들의 당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중진의원이나 대권주자들은 지금 당권에만 관심이 있다"며 "당을 자기들이 장악하기 좋게 '주문제작형'으로 만들기에 제일 나쁜 카드가 김종인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세연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임전국위 무산 등이 별로 이상하거나 놀랍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 다같이 스스로를 내려놓고 힘을 모아야 하는데 각자의 사리에 매몰되면서 당이 수렁으로 더 빠져드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며 "총선 참패가 끝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방향타 잃은 통합당…총선참패 이주일째 사분오열·자중지란(종합)

이 같은 혼란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당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과 겹쳐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겪으면서 당이 이렇다 할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한 것도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당내 확실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으로 사실상 야당이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며 "정상적으로 민주적인 당권을 만들어도 잘 작동이 안 되고 누군가 난동을 부려도 혼란을 정리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결국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4·15 총선까지 4연패를 당한 통합당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쇄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2년 뒤 대선에서도 참패는 예견된 미래라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