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수십명 연루…68만여건 유출 혐의자 경찰에 고발
ADD "이번 사안 엄중하게 받아들여…엄정 조사 후 보완대책"
창설 50주년 국방과학연구소…'최대 기밀유출' 의혹 오명

올해 창설 50주년을 맞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퇴직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ADD는 '자주국방의 초석'을 기치로 1970년 8월 창설된 한국군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개발의 산실로 통한다.

비록 쥐꼬리만 한 개발 예산이었지만, 자주국방을 이루겠다는 '애국심' 하나로 뭉쳤던 연구원들의 피와 땀은 군이 현재 운용하는 첨단무기에 녹아 있다.

그러나 일부 퇴직자들의 일탈 행위로 창설 50년의 ADD 역사에 '최대 기술유출' 의혹이란 오명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경찰,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작년 말부터 ADD 퇴직 연구원들에 의한 기밀 유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

일부 퇴직 연구원들이 ADD 근무 시절 자신이 개발을 맡았던 분야의 방산업체 등으로 취업을 하면서 기밀을 빼간다는 첩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ADD나 방위사업청, 각 군에서 퇴직한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고 관련 기술을 빼간 사례가 많았다.

ADD는 지난주 최고참급이었던 퇴직 연구원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기밀 유출 의혹을 사는 퇴직자 20여명 가운데 A씨가 1차 고발 대상이 됐고, 나머지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A씨는 국내 무인전투체계 개발 사업의 초창기부터 핵심으로 참여해 최근까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 드론(무인 비행체)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전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서울의 한 대학 AI센터장으로 옮긴 A씨는 초기 조사 과정에서 68만여 건의 자료를 유출한 의혹을 사고 있다.

전자 파일로는 260GB 분량으로 추정된다고 ADD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한 퇴직자들이 ADD 내부 문서를 복사해간 규모는 전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작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일행이 대전 ADD를 방문했을 당시 대표 브리핑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보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그가 왜 설명자로 나섰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왕세자 일행은 ADD 주요 현황을 브리핑받고, 무기 연구 및 시험시설, 유도무기 전시실 등 40여분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를 롤모델로 무기 연구 및 개발 연구소 설립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번에 빠져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기밀 유출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일부 퇴직자들이 국외에 ADD와 같은 연구 조직이 설립되는 데 도움을 줄 의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퇴직하는 ADD 연구원들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유출된 기밀이나 내부자료 또한 상당할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작년 12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오는 7월부터 적용되므로 퇴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ADD와 국방기술품질원의 재산등록·취업 심사 대상을 임원급에서 수석급까지 확대했다.

ADD 430여명과 국방기술품질원 60여명이 재산등록 및 취업 심사 대상자로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모든 방산업체도 취업 심사 대상기관으로 지정했고, 최근 3년 이내 미화 200만달러 이상 사업의 중개 실적이 있는 군수품 무역 대리업체도 취업 심사 대상기관에 포함된다.

소식통은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ADD 수석연구원 등이 재산공개 및 취업 심사 대상이 되면서 퇴직자 규모가 늘고 있다"면서 "기밀 유출 사건의 저변에는 이런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D는 이번 기밀 유출 의혹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현재 관련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연구원의 개인적 일탈이라 할지라도 자체적으로 기술보호 전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보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연구소는 엄정한 조사 후 밝혀진 문제점에 대해서는 즉각 시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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