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 임시회 열렸지만
개정안 발의조차 안된 상태

"케이뱅크 대주주 노린 KT에 특혜"
홍영표·박용진 등 반대 거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후 처리를 약속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4월 임시국회가 다음달 15일 끝날 예정이지만 아직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인터넷은행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주당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법안 발의 이후 본회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여당 우선순위에서 밀린 인터넷은행법

與, 처리 약속했는데…인터넷은행법 좌초하나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8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잠정 합의하고 세부 사안을 협의하고 있다. 정무위는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위원장 안으로 입안해 법안 통과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공정거래법 등은 제외하고 금융 관련 법안 위반 여부만 따지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분을 늘리려는 KT가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T는 지난 3월 케이뱅크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여야 지도부가 20대 국회 내 처리를 합의한 법안이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무더기 반대 투표로 부결됐다. 시민단체 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KT 특혜법’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커져서다. 결국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후 “총선 이후 열리는 임시회에서 통과 방안을 찾겠다”고 개정안 통과를 약속했다.

하지만 4·15 총선 이후 정무위 사정이 급변했다. 정무위 의원 23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1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불출마 또는 낙선하면서 정무위의 동력이 약해졌다. 당장 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이 위원회 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유동수 의원 측에 책임을 넘긴 상황이다. 민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민주당 정무위원들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의 근거법인 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28일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산은법 개정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 빠듯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마련되더라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시간이 빠듯하다. 국회법 59조에 따르면 개정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상정할 수 없다. 이는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숙려기간이다. 개정안이 상정된 뒤에는 전체회의, 소위원회 등 상임위 논의 과정에만 최소 1주일가량 걸린다.

상임위에서 통과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뒤 5일간 또다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만 약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물론 국회법에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여야 합의로 숙려기간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동수, 최운열, 김병욱, 고용진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의원은 반대하거나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법사위에서도 ‘암초’가 여전하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당시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인터넷은행의 혁신과 상관 없는 법”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결사 저지했다. 채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인터넷은행법 통과에 반대한다”고 재차 밝혔다. 채 의원이 반대하고 나서면 법사위의 만장일치 관행상 법안 통과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더욱 낮다. 홍영표, 박용진 의원 등 본회의 표결 때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낸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재선에 성공했다. 원내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전해철 의원은 정무위원이면서도 지난달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미현/이동훈/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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