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호남 낙선자들 "이대로는 영남 자민련" "바퀴 빠진 자전거"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역대급 참패'의 충격 속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내부를 수습할 새 지도부 구성 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할 정도로 당 전체가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민심을 등 돌리게 한 패인이 정확히 무엇이고, 또 당과 보수진영을 어떤 방향으로 재건할 것인지에 대한 원초적 논의도 운을 떼지 못한 형국이다.

연합뉴스는 21일 이른바 '험지'로 불리는 수도권과 호남에 나가 고군분투했던 낙선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과 당의 진로 등에 대한 견해를 청취했다.

이들이 돌아본, 그리고 유권자들이 꼬집은 통합당의 자화상은 한마디로 '품격 없이 늙은 고집불통'이었다.

이대로는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걱정, 시대와 공명하지 못한 당의 체질과 문화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 오신환(49·서울 관악을)…"패배마저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20대부터 50대 초반까지의 유권자들에게 통합당은 '믿음을 주지 못하는 당'이었다.

통합당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통합당은 영원히 '꼰대'와 '영남 수구정당'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그러려면 메신저부터 바꿔야 한다.

당내 기득권 세력으로는 어렵다.

파격적인 '830'이든, 뭐가 됐든, 바꿔야 한다.

진짜 문제는 패배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전에 선거에서 졌을 땐 모든 걸 내려놓고 희생했다.

결기나 절박함이 있었다.

어제 통합당 의원총회에선 이마저도 보이지 않더라.
결국 '비상시기'에 걸맞은 비상대책위원장이 필요하다.

공천권이 없는 한계는 인정한다.

그래도 상당한 시간을 주고, 당 체질개선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짜서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행동, 인식, 문화가 모두 바뀐다.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심판받은 게 이번 총선이었기 때문이다.

문을 더 활짝 열고, 외부자적 시각에서 당을 바꿔야 한다.

▲ 천하람(34·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영남 중진은 빠져라"
통합당의 당론은 '5·18 폭동'이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이다.

그런데 일부 당원의 '5·18 막말'에 통합당은 어땠나.

뭉개려 했다.

그러니 당 전체가 호남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낙인찍혔다.

결국 어떻게 됐나.

3∼4% 득표에 그쳤다.

나도 대구가 고향이지만, 개발독재 시절의 '영남식 보수'로는 이제 안 된다.

그러다간 '미래통합당'이 아니라 '과거영남당'이 된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

조기 전당대회는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

전대는 과거에 익숙한 전통적 지지층이 '그 나물에 그 밥' 지도부만 뽑게 될 것이다.

영남 출신 당 대표가 나올 것이고,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년은 또 '얼굴마담' 격으로 한자리 받고 말 것이다.

이는 당을 개혁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똑같다.

▲ 이혜훈(55·서울 동대문을)…"강경보수 눈치보다 망했다"
이번 총선 유권자들에게 통합당은 '막말'이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이다.

결국 품격이 엉망이었다는 얘기다.

이 막말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고,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유권자들은 "여기서 선거운동하지 말고, 당에 가서 '저런 짓'이나 하지 말라고 하라"고 말하더라. '태극기 세력'과 단절해야 했다.

강경 보수들의 항의에 눈치를 보다가 망했다.

문제는 그들이 유권자의 1%도 안 됐다는 점이다.

당을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한다.

'830 교체론'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기성세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바꾸는 게 답은 아니다.

'더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교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현재 30대 중 과연 누가 당의 간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을 장난치듯 바꾸면 더 호된 역풍이 불 우려가 있다.

▲ 김재섭(32·서울 도봉갑)…"젊은 세대란 바퀴가 빠져있으니 삐걱"
현장에서 유권자들은 통합당을 '공감 능력'이 없고, 소통 안 되는 정당으로 보고 있었다.

신·구 세대가 어울리며 두바퀴처럼 굴러가야 하는데, 통합당에는 젊은 세대라는 바퀴가 빠져있다.

그러니 앞으로 못 나가고 삐걱거리고 있다.

공감 능력은 정확하고 예민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할 젊은 세대가 빠져있으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통합당이 반쪽 역할밖에 못 한다.

예를 들어 최근 n번방 사건 등은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가 더 예민하게 문제 의식을 느끼고 공감한다.

단순히 보고받고 '이게 문제구나'라는 것과 다르다.

주변에서 실제로 겪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젊은 세대에게 있다.

'젊은 정치인들이 당에 대해 뭘 아느냐'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이 당을 진두지휘했더니 당이 이 모양이 됐다.

기존의 경험으로 정당을 이끌어가기엔 통합당은 너무 낡았다.

새로운 동력이 들어와서 바꿀 때가 됐다.

젊은 사람한테 다 맡기자는 말은 아니다.

기성세대가 무게감을 잡아주시되, 젊은 세대에게 '바통 터치'를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낙선자들이 돌아본 통합당…"품격없이 낡은 '불통당'이더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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