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김종인 찾아가 '비대위원장' 제안…최고위서 '전권 부여' 의견
일부 당권주자 '조기 전당대회' 주장도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갈 듯(종합)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는 17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찾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조만간 당선인 총회 등을 통한 당내 의견 수렴과 전국위원회 등 절차를 거치면 통합당은 비대위 체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심 권한대행이 찾아와 일반적인 얘기만 하고 끝났다"며 비대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말을 아끼면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가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합당 지도부가 총선 패배 이틀 만에 비대위 체제를 거론한 것은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 패배를 딛고 2022년 대선을 준비하려면 당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당명부터 가치·비전까지 '대수술'을 하려면 김 전 위원장 외엔 대안이 없다는 데 당내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총선 후에도 파괴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옛날식으로 안이하게 갈 수는 없다"며 "이것은 통합당 스스로 해야 하는 작업이며, 저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제시를 할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갈 듯(종합)
이날 최고위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게 임기 등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조기 전대를 치르기 위한 '징검다리식'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6개월 이상 장기적인 혁신형 비대위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 전환이 현실화할 경우 당헌·당규상 규정된 '8월 31일 전당대회'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합당은 지난 2월 창당 당시 황교안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새로운 지도부는 총선을 치른 뒤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 구성하기로 결정했었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에 진 '미래통합당' 이름부터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도록 당연히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을 맡아줘야 한다"며 "지금 당선된 사람들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예정된 8월 31일 전대 일정도 당헌·당규를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패배했는데 조기 전대를 열어 당권 다툼을 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절대로 안 된다"며 "김종인 비대위가 오늘 최고위회의의 다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일부 다선 의원들의 경우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당선에 성공한 조경태 최고위원(5선)은 이날 비공개 회의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비대위든 수습대책위든 기간을 최소화하고 전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도 통화에서 "당 쇄신을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다.

그동안 비대위를 해서 잘된 경우를 봤느냐"며 "김 위원장도 선거 패배에는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일말의 책임이 있고,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후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문제도 거론됐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당장 복당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 수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석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은 예견된 수순이라 하더라도, 비대위 등 당 수습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먼저이며, 이런 일이 선행된 이후 복당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으로 최고위 내 의견이 수렴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