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박원순 '우군' 대거 입성…李·朴 '차기 대권 행보' 힘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며 잠재적 차기 대권 후보와 그 계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힘이 실린 것은 ‘이낙연계’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후원을 맡은 후보자가 대거 배지를 달았다. 그간 이 위원장은 당내에 이렇다 할 계파가 없었다. 대중적 이미지에 비해 대권 가도로 가기 위한 ‘우군’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확실한 대권 후보로 올라서면서 당내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 40여 명의 후원회장을 자처해왔다. 각 후보자들의 지역구를 돌며 지지 유세를 펼쳐 자신의 선거 외에도 전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선거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나왔다. 이 위원장이 후원한 강훈식(충남 아산시을)·백혜련(경기 수원을)·고용진(서울 노원갑)·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박정(경기 파주시을) 등 현역 의원 5명이 재선에 성공했다. ‘야권 잠룡’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와 격전을 펼친 고민정 당선자도 이 위원장 지지를 받았다. 이 밖에 경기 용인정 이탄희·남양주병 김용민·김포갑 김주영 후보도 접전지에서 살아남아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당선자 외에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 위원장 후원을 받아온 낙마자들도 원외에서 이낙연계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위원장의 최측근 참모들이 공천 과정에서 대거 고배를 마신 데다 국무총리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배제정 후보(부산 사상) 등이 총선에서 패한 것은 악재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확신한 라인을 형성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압승을 거둔 만큼 지지층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터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원순 사람들’도 이번 선거에서 대약진했다. 당내 지지세력이 미천했던 2017년 대선과 달리 2022년 대선에선 탄탄한 지원군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전남 목포에서 지역 터줏대감인 박지원 민생당 후보를 제쳤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후보도 전북 정읍·고창에서 가뿐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서울 강서을), 천준호 전 박원순 시장 비서실장(서울 강북갑)을 비롯해 비서실장 및 정무수석을 지낸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최종윤 전 정무수석(경기 하남), 박상혁 전 정무보좌관(경기 김포을), 민병덕 전 법률지원단장(경기 안양 동안갑) 등도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원내 다수의 ‘이재명계’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이재명의 남자’ 이규민 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이 경기 안성에서 당선되며 체면을 살렸다.

박재원/하수정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