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놓고 무한 책임 공방…보수통합 과정서도 잡음
코로나19 사태서 '역부족' 노출…잇단 막말·실언으로 참패 자초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해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100석 이상)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16일 오후 2시 현재 개표 상황에 따르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예상 의석수는 109석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과반인 17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당의 간판인 황교안 대표가 '미니 대선'이라 할 서울 종로 선거에서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에 패하는 등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크게 뒤졌다.

통합당은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선택 4·15] '대안세력' 인정 못받은 통합당…심판론·견제론 안먹혔다(종합2보)
통합당이 이번 총선 전면에 내건 '정권 심판론'과 '폭주 견제론'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현 정권의 경제 실정과 국민 여론을 무시한 개혁 추진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반(反)문재인' 여론을 조성하려 했지만, 유권자들에게 '대안 세력은 통합당'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셈이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패배를 거치며 변화와 혁신, 보수통합이라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며 전화위복을 노렸으나, 중도·보수에 거는 민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실제 보수 진영은 지난 3년간 탄핵 찬반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로 뚜렷이 나뉘어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등 케케묵은 책임 공방을 이어왔다는 게 중론이다.


총선 직전에야 겨우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통합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서 어김없이 잡음을 냈다.

황교안 대표 자신도 총선 패배를 인정,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드리질 못했다"며 '미완의 통합'을 패인으로 꼽았다.

'변화와 혁신'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 지도부가 선거 막판에 "더 변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미 떠난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통합당이 '실력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미흡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고리로 '정권 심판론' 확산에 나섰으나, 이는 '대안이 아닌 비판으로 일관한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안정세로 접어드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국내외 여론이 확산하면서 '함께 국난을 극복하자'는 민주당의 구호에 통합당은 밀려났다.

오히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부·여당과 경쟁적으로 '퍼주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이라는 보수 진영의 지원 논리마저 깨뜨린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선택 4·15] '대안세력' 인정 못받은 통합당…심판론·견제론 안먹혔다(종합2보)
매끄럽지 못했던 공천 과정도 패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황교안 대표의 개입 논란 등 '공천 파동'이 이어지며 당초 다짐했던 인적쇄신 노력이 희석됐다.

이러다 보니 상대 후보와 맞서야 할 일부 예비후보들은 '내부 총질'을 했고, 이는 통합당 전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크다.

여기에 선거운동 막바지에 잇따라 터진 '막말', '실언' 등은 참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부터 '특정 세대 비하 발언'(서울 관악갑 김대호), '세월호 텐트 막말'(경기 부천병 차명진)이 연이어 터지자, 총선 승패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에서 통합당의 입지는 흔들렸다.

막판 뒤집기는커녕 판세는 악화했고, 여권에서는 '범진보 180석 확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결국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이후 여권에 등을 돌린 진보 이탈층과 중도층, 무당층의 기대에 호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참패'라는 결과물을 받아들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