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전대서 화려한 등장…당 개혁·쇄신과 패스트트랙 저지 실패
삭발·단식에도 리더십 논란 끊이지 않아…보수통합 성공에도 총선패배로 사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4·15 총선 참패로 1년 2개월간의 짧은 정치역정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아 2017년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면서 보수진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후 잠행하다 2019년 2월 옛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전당대회에 등장해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업고 당 대표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여의도 정치를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정치신인이 단숨에 제1야당의 당수 자리에 오른 것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와 전통적 지지층 덕분이었다.

황 대표는 탄핵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연이은 패배로 무너진 당 재건의 과제를 짊어졌다.

그는 당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4·3 보궐선거 민심 확보를 위해 전국을 돌며 '민생대장정'에 들어갔고, 대정부 규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선택 4·15] 벼랑 끝 내몰린 황교안…여의도 정치 1년2개월만에 최대위기
그러나 이 같은 행보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된 반면 중도·개혁보수로의 외연 확장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당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당 개혁과 쇄신에 실패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답보 상태가 이어졌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도 원외 당 대표의 한계를 보이면서 리더십 논란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 논란을 삭발과 단식 등으로 돌파하고자 했지만 근본적인 당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주목을 끄는 이벤트로 그때그때 위기 국면은 돌파했지만 근본적인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총선의 시계가 다가올수록 분열된 보수진영을 규합해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새로운보수당 등을 향해 보수통합을 제안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 2월에야 미래통합당이 창당했다.

당 안팎에선 공천 국면과 선거운동 기간에도 '황교안 리스크'가 총선 패배의 길로 인도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천 당시 황 대표가 당헌·당규에 월권해 일부 지역 공천 결과를 뒤집어 공천 반발을 자초했고, 'n번방 호기심 발언'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세의 여지를 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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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황 대표는 가까스로 보수통합을 성공시킨 '공'도 총선 패배로 빛을 바래면서 1년 2개월의 여의도 정치역정이 중대한 도전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황 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후 차량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탤 일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계속 정치 쪽에서 봉사하겠다는 말로 해석하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 향후 차기 대선 도전 등 정치적 행보는 열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