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부터 잘못' 당 지도부 비판론도…제명·대국민사과 등 수습 주력
핵심 지지층선 '차명진 제명 반대' 거세…징계 확정할 윤리위는 안 열려
[총선 D-6] 통합당, 잇단 막말 파문에 수도권 판세 '먹구름'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을 6일 앞둔 9일 당 주요 인사 및 후보들의 잇따른 실언·막말 논란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4월 들어 황교안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을 비롯해 '3040 무지'·'나이 들면 다 장애인' 발언(서울 관악갑 김대호), '세월호 텐트 속 문란한 행위' 발언(경기 부천병 차명진) 등이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막말 논란은 통합당 입장에서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의 발언이 수도권 후보들의 입에서 나온 데다, 승패의 열쇠를 쥔 수도권 중도층이 여론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수도권 선거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합당은 막말을 한 후보들을 즉각 제명, 후보직을 박탈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아가 황 대표와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로 직접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참으로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또 한 번 사과드린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었다"며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강력한 조치로 신속히 처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호 후보 제명을 속전속결식으로 결정한 데 이어 차명진 후보에 대한 징계도 서두를 방침이다.

문제 후보가 나선 지역 2곳을 지키려다 더 많은 지역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연달아 터진 악재인 만큼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후보 개인의 문제를 넘어 통합당의 공천 문제라는 당 일각의 비판도 있다.


차명진 후보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으로 징계를 받았음에도 이번에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

당 지도부가 차 후보의 공천을 확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일이다.

눈 뜨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 견제론은 없어지고 우리 당의 막말만 계속 부각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황 대표를 겨냥해 "사과로만 그칠 게 아니라 공천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D-6] 통합당, 잇단 막말 파문에 수도권 판세 '먹구름'
이와 관련해 통합당은 전날부터 수도권 접전지에 대한 정밀 판세 분석을 진행 중이다.

막말 파문 등이 수도권 판세에 미친 영향 등을 토대로 막판 선거전략을 짜기 위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판세 분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계속된 막말 이슈로 비참한 결과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단 총 59곳에서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경기에서는 최근 몇 건의 실언과 막말로 전반적인 지지도 하락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모두 13개 지역구가 위치한 인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후문이다.

공천 잡음에 막말 파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서울의 경우 중량감 있는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선전 중이라는 내부 평가가 있다.
[총선 D-6] 통합당, 잇단 막말 파문에 수도권 판세 '먹구름'
또한 당내에선 멀어지는 중도층도 문제지만, '차명진 제명'으로 '아스팔트 우파'로 대표되는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통합당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차 후보가 '세월호와 박근혜'라는 보수 지지층에 민감한 키워드를 건드리면서 적극 지지층을 중심으로 '차 후보의 제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통합당 자유게시판에는 전날부터 '차명진 후보 제명 철회하라. 안 그러면 애국우파마저 등 돌린다', '싸울 투사를 이만한 일로 제명하는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차 후보의 제명을 확정지을 윤리위는 이날 열리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 등 지도부가 핵심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징계 절차에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차 후보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보낸 포스터에서 "언론의 제명 보도는 오보다.

통합당에서는 저와 관련한 어떤 결정도 한 바가 없다"며 "앞으로도 불편한 진실에 눈감지 않고 진실을 말할 것이며, 이를 막말로 호도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북 군산 이근열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중국 유곽(집창촌)'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입장문을 통해 "(공보물을) 거듭 확인하지 않은 경솔함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