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으로 후보자격 잃어도 투표용지엔 기재…선거법 "후보등록일이후엔 말소불가"
투표용지 이미 인쇄돼 '사퇴' 표시도 불가능…'현장 인쇄' 사전투표서는 표시가능

4·15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출마한 김대호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가 '세대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실상 당에서 제명되면서 그가 출마한 선거구의 투표용지 작성을 두고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미래통합당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김 후보에 대해 '선거 기간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을 결정했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윤리위 결정을 그대로 의결하면 김 후보는 공식 제명된다.

이럴 경우 김 후보의 후보 등록 자체가 '당적 이탈'을 이유로 무효가 되기 때문에 후보 자격도 함께 잃는다.

이에 대해 상당수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김 후보의 후보자격 상실이 확정되면 투표용지에도 김 후보의 이름 등을 지워야 하는지, 지우지 못한다면 후보자격을 잃은 사실이라도 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선관위는 당에서 제명돼 후보등록이 무효가 된 후보에 기표하면 무효처리된다고 밝혔는데 아예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라거나 "투표소에서 사퇴한 후보를 안내한다고 하지만 혼동하지 않게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라는 표시라도 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후보자격을 상실해도 선거 당일인 15일 사용될 투표용지에는 김 후보의 이름과 기호, 소속 정당명이 그대로 기재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등록일 이후에는 후보의 이름과 기호, 정당명을 투표용지에서 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50조는 '후보자 등록 기간이 지난 후에는 후보자가 사퇴·사망하거나 등록이 무효로 된 때라도 투표용지에서 그 기호·정당명 및 성명을 말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기호 순서가 정해지는데,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했다고 이름 등을 기재하지 않는다면 유권자가 자칫 순서를 착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만들어진 규정이다.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가 사퇴했음을 투표용지에 표시해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통상 사퇴한 후보의 이름 옆 기표란에 '사퇴'라고 표시한다.

또 투표소에 '후보 사퇴 안내문'을 부착해 사퇴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김 후보의 경우엔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선거 당일 사용할 투표용지가 지난 6일 인쇄됐기 때문이다.

공직선거관리규칙 71조의2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후보자등록마감일 9일 후'에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후 9일이 지난 6일에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갔다"며 "인쇄 전 김 후보의 제명이 확정됐더라면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를 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다시 인쇄를 하지 않는 한 사퇴 표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인쇄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십만장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폐기하고 새롭게 인쇄하는 작업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김 후보 제명이 확정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불복절차를 밟겠다고 김 후보가 예고한 상황이라 제명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인쇄를 다시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후보의 제명이 최종 확정되는지 여부를 지켜보다가 제명이 확정되면 재인쇄하려 할 경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반면 선거 당일에 사용할 투표용지와 달리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실시되는 사전투표 투표용지에는 '사퇴' 표시가 가능하다.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51조는 '사전투표소에서 교부할 투표용지는 사전투표관리관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에서는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대신 현장에서 발급기를 통해 인쇄한 투표용지를 사용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사전투표일 전에 후보 사퇴가 확정된 경우라면 사전투표용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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