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아직 충분하지 않다"…재정부담에도 내수부양 등에 56조 추가 투입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도약 준비"…'포스트 코로나' 포석 의중
대외 의존도 높은 경제 특수성 고려 수출 의존도 높은 기업 적극 지원
"경기부양 타이밍 안놓친다"…곳간 더 열어 '위기전환' 선제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 의지를 천명했다.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750조원에 육박하는 등 실질적 나라 살림의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현시점에서의 경제정책의 방점은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는 데 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앞선 세 차례의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미 대규모의 재정을 동원해 민생과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같은 달 24일 2차 회의에서는 비상금융 조치의 규모를 두 배로 늘려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3차 회의에서는 소득하위 70%에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씩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됐음에도 소상공인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휴업이 줄을 잇는 데다 일부 기업의 도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재정적 여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나라 곳간을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재정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대 적자로 전환하는 것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경기부양 타이밍을 놓치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0조원의 비상금융조치로 기업 지원에 나섰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초유의 결정도 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위기 극복에 필요한 조치들을 언제든지 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강요한 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면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36조원의 무역금융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것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단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수출 기업이 버텨주지 못하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대목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한 점이다.

문 대통령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황까지 내다보며 미래 위기에도 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코로나19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진정시킬 수 있다면 경기 부양 시기도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언급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정면 돌파해 경제적 자립 역량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일본 수출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상당 부분 이뤄낸 데 더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각국이 높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감이 쌓인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방역 모델이 세계의 표준이 돼가듯이 코로나19 시대라는 새로운 무역 환경에 맞춰 한국형 수출모델을 적극 개발해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혁신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자금 공급 방안 등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급격히 얼어붙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공공 부문이 먼저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민간의 착한 소비 운동에 호응해 공공 부문이 앞장서 선결제, 선구매 등을 통해 3.3조원 이상의 수요를 조기에 창출하고자 한다"며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공기업까지 동참해 전국 상권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체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 채무를 경감하고 생계를 지원하는 추가 대책도 마련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취약계층을 먼저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담아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