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미주 일부 지역에서만 예정대로 선거 진행돼
멕시코 유권자들, 마스크·장갑 착용하고 한 표 행사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멕시코에서도 1일(현지시간)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재외투표가 시작됐다.

수도 멕시코시티의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날 오전 8시 투표 개시 직후부터 유권자들이 찾아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멕시코는 아직 강제성을 띤 이동제한령이 내려지지 않았고 선거인 수도 438명으로 많은 편은 아니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위험도 적지만, 대사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투표소를 찾은 사람은 일단 대사관 입구에서 체온을 잰 뒤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투표소로 들어갔다.

곳곳에는 손 소독제가 놓여 있고 투표소엔 한 사람씩만 들어갔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시민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투표소까지 오는 것도, 투표하기까지 과정도 평소에 비해 쉽지 않지만 유권자들은 참정권 행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전 세계 재외 선거인의 절반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였다.

선거 참관인 업무도 함께 하는 교민 박래곤 씨는 "다른 나라에서 줄줄이 투표가 취소되는 것을 보면서 멕시코에도 취소될까 봐 걱정했다"며 "멕시코에 하나뿐인 투표소인데 무산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몬테레이에서 1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유권자도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 목발까지 짚은 채로 먼 길을 온 박상곤 씨는 "투표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미성년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오기도 했다.

부모를 따라 온 최수호(15), 최민호(12) 군은 "몇 년 후면 나도 투표권이 생기기 때문에 보고 배우러 왔다"며 아버지가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에서 모두 투표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첫날만큼은 높은 투표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교민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 외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찍 하려고 첫날 왔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미주 지역에서 이날 재외투표를 개시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에서 선거가 취소됐고 중남미에서도 각국이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물리적으로 투표가 불가능해진 곳이 많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선거인이 많은 브라질 상파울루(2천277명)와 아르헨티나(2천172명)를 비롯해 칠레, 콜롬비아, 페루, 파라과이 등에서 선거가 취소됐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를 비롯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브라질(브라질리아) 등 9개 공관에서만 재외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그나마도 투표 기간을 단축한 곳이 많다.

과테말라에선 투표 기간을 오는 2∼4일 사흘로 단축하고, 현지의 통행금지 시간(오후 4시∼오전 4시)을 고려해 투표소를 오후 1시에 닫기로 했다.

주과테말라 대사관은 "체온계와 마스크 등을 준비하고 투표소 안에 공기 청정기를 마련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더불어 정상적으로 1∼6일 투표가 진행되는 코스타리카에서도 이날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찾아와 표를 던졌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윤찬식 주코스타리카 대사는 "투표는 축제가 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위기로 무산된 곳도 많아 마음이 무겁다"며 "교민들께도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등 방역에 최대한 신경 써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외선거가 무산되며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유권자들은 아쉬움이 크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달 31일까지로 예정됐던 이동제한이 연장되며 막판에 선거가 취소됐다.

아르헨티나에선 가까운 거리에 식료품, 의약품 등을 살 때만 제한적으로 이동할 수 있고 차량을 이용한 장거리 이동은 안 된다.

재외투표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아르헨티나 교민 최영진 씨는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가서라도 투표소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는데 무산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 표"…멕시코 등 중남미 재외선거 시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