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북한경제리뷰 3월호…"세계 무역시장 편입 못 하면 성장 불가능"
"북한 자립노선이 과학기술 진보 막아…대외개방해야"
북한이 고수하는 자립경제 노선이 북한 과학기술 진보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3월호에 게재한 '북한 과학기술 정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비교적 교육열이 높은 편이고 과학기술 부문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변학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의 '북한의 정면돌파전과 과학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과학원 원장을 10년 만에 교체하며 쇄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임 원장이 된 김승진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원장 출신으로,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신의주화학섬유공장 개건 현대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2·8비날론연합기업소 생산 정상화 등 굵직한 성과를 낸 인물로 알려졌다.

"북한 자립노선이 과학기술 진보 막아…대외개방해야"
"북한 자립노선이 과학기술 진보 막아…대외개방해야"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북한 산업기술은 국제 수준에 견줘 전반적으로 낙후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부터 자급자족적, 자기완결적 생산구조를 지향하면서 국제적 기술 추세와 동떨어진 별도의 발전 경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섬유, 비료, 화학 등 주요 소재산업이 처음부터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석유' 대신 자체 부존자원인 '무연탄'을 원료로 이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철강 산업에서는 수입 코크스탄 대신 무연탄을 이용하는 퇴행적 기술개발이 시도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사용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각종 가전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수출 3분의 2는 광산물·수산물 등 1차 상품이다.

수출하는 공산품은 자본과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의류 임가공 제품 일색이다.

김석진 연구위원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저급한 무역구조가 장기간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라며 "북한이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장기간 실시해왔음에도 국제 수준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기술장벽을 극복하고 선진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선 결국 적극적인 개혁·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기에는 노동집약적인 수출산업을 먼저 발전시키되, 장기적으로는 자본·기술 집약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며 "국제 생산 네트워크 속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아 나가면 자연스럽게 산업 및 기술 구조의 고도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남한과 중국 등 외국 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해 기술이전을 받고, 경제특구도 지금보다 개방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며 새로운 사기업의 창업과 자유로운 활동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이행하고 대외개방 노선을 선택할 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제도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감한 개혁을 실행해야만 북한이 꿈꾸는 번영과 부강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북한이 국방 분야 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국방과학의 정책과 전망: 국방과학기술을 통한 북한의 국방개혁' 보고서에서 "북한은 우주개발을 명목으로 핵 운반수단의 고도화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며,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문제는 유엔 대북제재 상황에서 국방과학기술 발전을 어떻게 경제와 연결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방과학기술의 산물인 무기체계를 밀매하거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방과학기술을 민간기술로 전환해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세계 무역시장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북한의 본격적인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