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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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입국한 지 5일 만에 제주를 여행한 미국 유학생(19, 서울 강남구)이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기적인 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필요없다"라고 분노했다.

앞서 미국 소재 대학 유학생인 A 씨는 지난 15일 미국에서 귀국한 후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음에도 20일부터 4박 5일간 제주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한 뒤 서울로 돌아가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14일간 자가 격리하라는 정부 지침을 어겼으며 방문 첫날부터 감염 증세가 있어 병원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제주에서 20여 곳을 돌아다닌 후 확진 판정을 받자 접촉자 38여 명이 자가 격리됐다.

이에 원 지사는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1차 유행기, 신천지 관련 감염이 폭증한 2차 유행을 거쳐 이제는 해외발 3차 유행에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해외 체류 이력이 있는 국민의 국내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원 지사는 "제주에서 최근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확진자들 역시 대부분 유럽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5, 6번 확진자는 스페인을 다녀왔고, 도내 7번 확진자도 유럽 유학생이다"라며 "제주도민인 7번 확진자는 무증상인데도 방역지침에 따라 엄격한 자가 격리를 하다가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4박 5일 간 제주 여행을 한 서울 출신 미국 유학생 A 씨에 대해서는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라는 정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입국 5일 뒤 가족 동반 제주 여행을 했다. 입도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 곳곳을 다녔다"라며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입도객에 대해서는 최대한 철저히 조사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는 해외여행 이력을 숨기고 입도한 여행객에 대해서는 시설 격리 명령을 내리겠다"라며 "제주는 피난처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 지역이지만 이는 제주도민들이 일상을 희생하고 자가 격리 수준의 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여행 이력이 있고 코로나19 증상까지 있는데도 제주로 여행을 오고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이기적인 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필요 없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례다"라며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 외부인은 잠복기간 동안 제주에 오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미 입도해 있는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 이들의 검사와 자가 격리를 촉구했다.

제주도는 미국 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제주도는 "법률 검토를 통해 이들 모녀로 인해 제주도와 도민들이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며 "손해배상액은 1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도민의 예산으로 방역 조치한 제주도와 영업장 폐쇄 피해 업소, 이들 모녀와의 접촉으로 자가격리 조치 받은 도민들이 원고가 될 것"이라며 "피고는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던 미국 유학생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