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 가기도 어렵고 투표함 국내 이송도 막막해
급조 정당 쏟아져 모국 사정 어두운 재외유권자 난감
코로나19 탓에 재외국민 투표율 '역대 최저' 불가피

21대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역대 최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외선거 투표는 4월 1∼6일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의 이동제한 조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에 더해 물리적으로도 투표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유럽·미국 등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엄격한 이동제한령과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중동에서는 국경 봉쇄와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지역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했다.

정상적인 투표소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된 이탈리아(5∼6일)와 인도네시아(4∼6일)는 일정을 축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25일 "코로나19 사태 확산 추이와 각국 통제 상황 등을 고려해 4월 1일 이전에 재외선거 사무 중지나 투표 일정 단축 지역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더라도 갈수록 악화하는 코로나19 사정을 고려하면 투표 참여자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재외국민 유권자는 119개국 17만1천959명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만562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일본 2만1천957명, 중국 2만549명 등이다.

미국의 경우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일리노이 주가 19일부터 '자택 대피령'을 내려 이동을 금지했다.

유권자 거주지마다 투표소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 경계를 넘는 것이 금지되면 공관이 없는 지역은 투표할 길이 원천적으로 막힌다.

필리핀은 5천700만 명이 거주하는 루손섬을 봉쇄했고 24시간 통행금지 도시도 나왔다.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거주국 정부 방침 등을 고려해 투표소도 축소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경우 총영사관·한국국제학교·한인상공인연합회 등 3곳에 설치하려던 투표소를 총영사관 1곳에만 두기로 했다.

투표를 실시하더라도 항공기 출·입국을 막은 나라에서는 투표함을 국내로 이송할 수 없어 '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외투표 후 투표함을 본 선거일인 4월 15일에 맞춰 도착시켜야 하지만 이송할 수단이 막혀 버린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3일 "사표 방지를 위해 사전투표(4월 1∼6일) 대신 4월 15일 당일에 투표하고 현지에서 수동 개표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관위는 투표함 이송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공관에 설치된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당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상대적으로 모국 사정에 어두운 재외국민에게 투표에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19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21개였던 정당이 이번에는 총선용 급조 정당의 무더기 출현으로 78개로 늘어났다.

아시아한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사라질 일회용 정당들 때문에 어떤 정책과 노선을 추구하는지 일일이 알기도 어려워졌다"면서 "더욱이 미리 투표하는 재외국민 입장에서는 '깜깜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으므로 똑같은 유권자인 재외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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