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포근한 날씨…봄꽃 명소는 마스크 낀 상춘객 발길 이어져
집단감염 우려에도 일부 교회 주일예배 강행…지자체, 방역 분주
"살랑살랑 봄바람에 코로나도 날아가길" 꽃내음 찾아 봄나들이
3월 넷째 주 일요일인 22일 전국에서 낮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평년보다 5도 이상을 웃돌아 봄기운이 완연했다.

봄꽃이 꽃망을 터트리기 시작한 야외공원이나 명소 등을 찾은 시민들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짓눌린 마음을 날려 보냈다.

일부 지역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강행해 집단감염 우려를 낳기도 했다.

◇ 축제 취소에도 전국 봄꽃 상춘객 발길
봄꽃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은 축제도 취소됐고 꽃도 지고 있지만, 상춘객 발길이 여전했다.

매화마을 앞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차량으로 가득 찼고 섬진강 둔치 주차장도 오후에는 만차 상태였다.

미세먼지도 '나쁨' 수준으로 대기 상태도 좋지 않았으나 코로나19에 억눌렸다가 모처럼 나온 가족 단위 봄나들이객들로 온종일 붐볐다.

경기 용인에서 온 최시내(48)씨는 "지난주에 매화가 만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꽃이 다 저버려 아쉽다"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너무 우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코로나도 날아가길" 꽃내음 찾아 봄나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취소됐지만, 벚꽃 명소인 경남 진해에도 상춘객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과 여좌천 등 진해 대표 벚꽃 명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방문객들이 벚꽃 명소 입구에 세워진 무균소독실에서 자외선 소독을 하며 아직 개화하지 않은 벚나무를 구경하기도 했다.

흐린 날씨를 보인 제주에서도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을 만나려는 봄맞이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제주시 전농로 등 벚꽃 명소와 숲길 등에는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벚꽃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봄꽃이 만개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장객들은 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롤러코스터 등 놀이기구를 타며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렸다.

낮 최고기온이 18도까지 오른 부산 해운대·송정·광안리 해수욕장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백사장을 거닐며 따스한 봄 날씨를 즐겼고, 호안도로는 오후 한때 승용차들이 몰리며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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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주요 관광지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누적된 피로감과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적거렸다.

속초와 낙산 해수욕장은 주변 공용주차장·도로변에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양양 한 해수욕장 공용주차장에는 캠핑카 수십 대가 진을 치고 1박 2일 일정을 즐기기도 했다.

국립공원 설악산과 오대산 등 유명 산에는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며 봄기운을 만끽하는 등산객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1천500여명이, 인근 마장호수 흔들다리에는 1천200여명이 찾았다.

임진각에는 5천여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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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한 도심, 시내 관광지는 썰렁
대구·경북은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로 나들이를 꺼려 포근한 날씨에도 유원지나 명소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었다.

대구 수성못 주변, 신천 주변, 팔공산 등에 산책하러 나온 이들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로 거리를 두고 접촉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천 주요 관광지도 행락객이 자취를 감춰 썰렁했다.

평소 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인 월미도와 인천대공원은 이날 오전까지 한적했고, 평소 영화 관람객·쇼핑객으로 북적거리는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도 한산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옥마을 거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3월 말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영업을 멈춘 가게가 다수 보였다.

인근 대학가와 도심 주요 휴양지도 비교적 한적했다.

충북 속리산 월악산국립공원에는 탐방객이 2천∼3천여명에 불과했고, 청주 도심에서도 오가는 시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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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 구슬땀에도 일부 교회 주일예배 강행
지자체들은 휴일에도 다중이 모이는 장소와 관광지를 대상으로 방역을 강화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정부의 예배 중지 권고에도 일부 교회들은 주일 예배를 계속해 눈총을 샀다.

부산에서는 전체 교회 1천612곳 중 예배를 강행한 곳이 538곳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특별점검반을 꾸려 이들 교회에 대한 코로나19 예방 7개 지침 준수사항을 확인했다.

최근까지 생명수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8명이 발생한 경기 부천에서는 관내 전체 교회 1천113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553곳이 이날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서도 교회 1천451곳 중 255곳이 예배를 봤다.

성경책을 손에 든 신도들은 교회 입구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체크한 뒤 소독제를 손에 발랐다.

부천시 종무팀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 직원 등을 교회에 보내 예배 강행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실제로 오늘 예배를 진행한 교회 수는 아직 정확히 집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영훈 김동민 김동철 노승혁 박지호 손현규 윤우용 임보연 차근호 한무선 여운창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