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양적질적완화' 나올까

채권안정펀드·P-CBO만으론
기업 유동성 해결 한계 판단
Fed 회사채 매입같은 조치 필요
한은 "현행법상 근거 없어" 난색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론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기업을 살릴 수 없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을 당 차원에서 정부에 요청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금융안정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산은이 직접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에 맞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기로 한 것과 같이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TF는 이르면 이번주 당 공식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담보부증권(P-CBO)만으론 다가올 ‘신용 경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채권 43조원 중 적어도 20조원 이상이 상환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6조원 규모의 두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주로 회사채 A+ 이상 등급의 기업에 지원된다”며 “낮은 등급의 기업을 도울 수 있는 수단은 P-CBO가 거의 유일한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QQE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과 함께 금융안정기금과 산은의 회사채 인수 지원 프로그램의 조기 운영이 대안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안정기금은 국회 동의를 거쳐 한은·산은 등의 자금으로 안정기금을 설치하는 제도다. 한은이 산은에 자금을 대주고 산은이 기업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산은의 회사채 인수 지원 프로그램도 재개될 수 있다. 최 의원은 “상황이 악화되면 한은이 직접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 수도 있다”며 “그만큼 현재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Fed도 최근 CP매입기구(CPFF)를 설립해 1조달러까지 사들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업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회사채와 CP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은법 75조, 76조에 따르면 한은은 국채와 정부가 보증한 채권에 한해서만 인수할 수 있다. 법을 손질하지 않고서는 한은이 회사채와 CP를 인수할 길이 없다.

■ 양적질적완화(QQE)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 종류를 국채 외에 회사채, 주식까지 위험자산으로 다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행이 2013년 국채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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