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변해 주요 메시지 도맡아…정치·외교·군사 전방위 움직임
'더 세진' 김여정,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눈과 입 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무게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청와대 비난의 선봉에 직접 선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도 화답하는 등 갈수록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2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를 잘 보여주었다' 제목의 담화를 냈다.

그가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으로, 두 정상 간 신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밤에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데뷔 담화를 발표, 전날 있은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 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이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담화에는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저능하다' 등의 막말이 담겼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이자 혈육으로서 불쾌감을 직접 대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처럼 비중 있는 담화를 연달아 낸 것은 그의 정치적 역할이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의 보좌에만 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김 제1부부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방남해 오빠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남한 상황을 둘러보며 '눈과 귀' 역할을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까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과 행사 관장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했으나, 이후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고위간부로서 격상된 지위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더 세진' 김여정,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눈과 입 되나
지난해 6월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공식 수행했고, 같은 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시 주석과 환담을 했다.

그해 8월 24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현장에도 참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25일 김정은 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등과 나란히 앉아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지난 2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현장에도 동행했다.

외교, 군사, 국내정치 등 전방위적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두 차례 담화로 최고지도자의 '입' 역할도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 세진' 김여정,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눈과 입 되나
이런 행보를 두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북한연구실장과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김경희의 재등장이 김여정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김여정이 김정일 시대의 김경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당 부장 및 정치국원 명단에 등장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의 재등장이)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이 김여정의 높은 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