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천내군 인민위원장 출당 이례적 보도…간부 기강 잡고 주민 다독이는 효과
"코로나 방역 초특급 조치에 불응…많은 사람 모아놓고 음주불량 행위"
북한, 방탕한 지방간부 처벌 공개…코로나 장기화 속 '일벌백계'
북한이 강원도의 한 지방 간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불응과 방탕한 행동거지를 이유로 출당 처벌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최근 강원도 천내군의 일부 일꾼들 속에서는 당과 혁명의 요구, 사회의 건전하고 전투적인 생활 기풍과는 어긋나게 직무를 태만하고 음주방탕한 행위를 저지르는 안일나태하고 특세적인 현상이 발로됐다"고 소개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강원도당 집행위원회 확대회의가 최근 열렸으며, 천내군의 행정을 책임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노동신문은 "사상투쟁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정신을 외면하고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건강을 지키기 위한 초특급 방역조치들에 불응하여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음주불량행위를 조장시킨 천내군 인민위원회 위원장의 과오가 엄정히 분석되고 집중 비판됐다"고 전했다.

북한, 방탕한 지방간부 처벌 공개…코로나 장기화 속 '일벌백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정치국 확대회의 정신을 외면했다'는 보도 내용으로 볼 때 천내군 인민위원장이 앞선 두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질타한 기강 해이와 부정부패 행태를 저질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음주불량 행위를 조장'하는 것 또한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식당 등 공공장소 모임을 금지한 당국의 지시에 반한다.

해당 회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도했으며 강원도당 집행위원들과 부장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도 내 시·군 책임 간부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함께했다.

강원도당 집행위원회는 당 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결정에 따라 천내군 인민위원장을 출당시키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3면 상단에 이런 내용을 '천내군 일군들 속에서 나타난 안일라태하고 특세적인 행위에서 교훈을 찾자' 제목으로 게재했다.

노동신문의 이번 보도는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벌백계'를 통해 간부 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경제난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부정부패를 한 당간부 양성기지의 당위원회를 해산하고 당 조직지도부장이던 리만건 등 관련 간부들을 해임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중앙과 지방 당 간부의 처벌 사실을 잇따라 공개함으로써 주민들 사이에 팽배해있는 간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민심 악화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리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