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제 중대본' 회의 주재
"비상정부 체제로 전환"

이자 납부 유예·대출금 보증
만기 연장엔 2금융권도 참여
< 문재인 대통령 ‘비상경제회의’ 주재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문재인 대통령 ‘비상경제회의’ 주재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첫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각 부처엔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비상정부체제로 전환한다”며 신속한 결정과 과감한 행동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상금융조치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고 대출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 "50조 비상금융조치…중소기업·자영업 도산 막겠다"

대출 만기 연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저축은행 보험 등 제2금융권도 참여한다.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전액 보증프로그램도 새로 가동된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은 연 1.5% 수준의 초저금리로 12조원까지 확대된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규모와 내용에서 전례가 없는 포괄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재가동되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경제 중앙대책본부’ 역할을 맡는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는 논의와 검토가 아니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회의”라며 신속한 집행을 위한 속도전을 지시했다.

정부는 이날 안건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재난기본소득 검토에 본격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국난 극복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소득 가구와 영세사업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한 현금이 지급돼야 한다. 이런 식의 현금 지급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재난기본소득 취지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자영업부터 살린다…대출 만기 6개월 연장·이자상환 유예"
'50조 특단 금융대책' 어떤 내용 담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전(全) 금융권에서 이들의 대출 원금 만기를 6개월 이상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저축은행과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참여하는 대출 만기 연장·이자 유예는 사상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줄도산하면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융권이 ‘선제적 피해 분담’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또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각각 조성해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펀드 조성 규모와 대책 시행 시기는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50조 비상금융조치…중소기업·자영업 도산 막겠다"

中企·자영업에 20조원 이상 금융 지원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비상 상황”이라며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특별기구인 비상경제회의를 매주 열기로 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 나온 긴급 처방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특단의 금융 지원이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제’ 도입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급한 불’인 중소기업·자영업자 위기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긴급경영안정자금 △특례보증 △신속·전액보증 △대출 원금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신용회복 지원 등 총 6개다. 지원 규모는 20조원 이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대출 이자 상환 유예와 원금 만기 연장이다.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하며 만기 연장은 최소 6개월 이상, 이자 유예도 6개월간 시행한다. 구체적인 대상은 추후 다시 발표할 예정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사업자가 유력하다. 다만 가계대출과 부동산매매·임대업, 향락·유흥업 관련 업종은 제외한다. 원리금 연체·자본잠식 등 부실도 없어야 한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12조원으로, 기존보다 2조원 확대한다. 대출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을 반영해 민간은행까지 대출 창구를 확대하기로 했다.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는 민간은행, 4~6등급은 기업은행, 7~10등급 저신용자는 기존처럼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해주는 식이다. 대출 금리는 연 1.5%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운용 금리와 1.5%의 차이를 정부 재정에서 보전해줄 예정이다. 운용하고 있는 5조5000억원 규모 특례보증에 더해 영세 소상공인 대상 3조원 규모의 전액보증 지원도 신설한다. 연매출 1억원 이하 사업자가 긴급하게 소액 자금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늦다” 지적도

이날 대책엔 주식·채권시장 안정 조치도 포함됐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돕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위험 자산 기피 현상으로 우량 회사채조차 제대로 발행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펀드 규모는 다음주 공개할 예정인데 2008년 금융위기 때 10조원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폭락하고 있는 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도 만든다. 역시 금융권이 기금을 모아 시장 대표지수 상품에 투자한다.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금융시장 안정 조치는 이달 초부터 예고된 것인데, 이날도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쏙 빠져 있어 금융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일 대비 8.39%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대기업 지원책은 없는 점에 대해서도 재계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제 등 보편적 지원에 대해선 이날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김형호/서민준 기자 chs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