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 불복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표 갈라먹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통합당 대구 북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태옥 의원은 18일 대구시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 결과는 통합당은 물론 TK 주민들의 정서를 철저히 외면한 사천(私薦)”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연고가 거의 없는 인사를 내리꽂은 것에 대해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정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을 단수 공천했다. 정 의원은 “당선되는 그날 바로 복당을 신청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공천장을 받지 못한 백승주 의원(경북 구미갑)도 성명서를 내고 “이번 공천은 사천을 넘어선 패천(敗薦)”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백 의원은 진행 중인 구미갑 경선이 완료되는 대로 자신을 포함한 단일화 경선을 실시하자고 공관위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컷오프된 통합당 TK 현역 중에서는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이 가장 빠른 지난 13일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김재경(경남 진주을) 의원 등도 당 공관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무소속 출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TK 출신 ‘잠룡’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도 나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날 대구 수성을 지역에서 “저 홍준표를 살려줄 곳은 오직 내 고향 대구뿐”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일찌감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 운동에 들어갔다.

인천 미추홀을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들에게 공천 재심사를 요청했다. 윤 의원은 “미추홀을 공천은 원칙과 전략이 없는 무개념 공천을 넘어 자해 공천”이라며 “공천위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보수 강세 지역인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 불복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통합당의 총선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형오 전 통합당 공관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여당과 정권에 승리를 바칠 뿐”이라며 “통합 정신을 살려 단일대오로 정권 심판에 총궐기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