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비공개 최고위서 문제제기 "원로들과 충분히 이야기했어야"
비례후보·불출마 의원들 '심란'…"당이 설득 없이 자발적 참여만 기대"
이해찬 "정개련과 같이 가기 어려워" 선긋기…당내선 불만기류도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범여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한 것을 두고 18일 당내 불만 기류가 일부 형성되는 가운데, 이해찬 대표가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는 함께 가기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개련과는 의견이 조금 맞지 않는다.

그래서 같이 가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정개련이 민주당과 상의 없이 소수정당에 3석을 준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논의가 잘 안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정당 구성을 먼저 제안하고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포함된 정개련을 배제한 것에 대해 당내 비판이 나오자 지도부가 '정리'에 나선 것이다.

당내에서는 '민주화 운동 선배들'이 다수 포진한 정개련을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최고위 참석자들에 따르면, 남인순 최고위원은 "왜 정개련과 논의하지 않고 '시민을 위하여'로 플랫폼을 결정해 갈등처럼 보이는 상황을 만들었느냐"며 "민주화 운동 원로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남 최고위원은 윤호중 사무총장이 전날 '성소수자 문제는 소모적'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녹색당 성소수자 후보는 당선권도 아닌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느냐"고도 비판했다.

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했던 설훈 최고위원은 "이런 논란이 나올 것을 알고 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했던 것이다.

예상했던 문제들이 터지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면서도 "정개련은 총선 후에도 정당 유지를 원해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이 대표와 윤 사무총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연합정당을 통해 출마하는 후보들의 검증 문제도 우려했다.

이에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진 검증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정개련과 같이 가기 어려워" 선긋기…당내선 불만기류도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준 원로들한테 뭐 하는 짓이냐"며 "연합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최고 위험 요인인데 오만했다.

지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미 돌아섰는데 이번 건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가 정봉주 전 의원이 이끄는 열린민주당에 합류한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하승수 변호사 등 정개련에 동참하는 분들이 저렇게 취급받을 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진영에서는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라고 적었다.

손 의원은 정개련이 민주당의 협상 대표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서도 "양 원장이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지, 그의 행보가 과연 문재인 정부를 위한 것인지 우리가 잘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종로구 안국동 정개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이 윤 사무총장이 말했다는 정개련의 '소수정당 3석 부여 주장'에 관해 묻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단계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태도도 안 돼 있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연합정당 구성을 두고 불거지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과 '파견'이 거론되는 불출마 현역 의원들도 심란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비례대표 후보는 "연합정당을 통해 소수정당에 앞번호를 준다는 데 누가 올지 어떻게 아느냐"며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람들은 민주당 총선을 위해 뛰고 싶은 것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은 돌아오는 주말까지 비례대표 후보 당적 변경과 시민 추천 공모, 후보 검증, 순번 확정까지 마치겠다는 구상이지만,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아직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정당의 투표용지 상 기호를 끌어 올리기 위해 파견이 유력한 불출마 의원들도 당이 설득 노력 없이 자발적 참여만 바라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파견 대상인 이규희·신창현 의원이 의원 파견 필요성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들 상당수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당내에서 유력 파견자로 거론되는 한 불출마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내가 왜 파견을 고민하나.

당연히 가지 않는다.

당에서 요청받은 것도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초선 의원도 "당에서 아무런 요청이 없다.

당원으로서 당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갈 수 있겠지만 누가 자진해서 가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