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차지했던 여성단체 출신 인사들이 21대 공천에선 단 한 명도 당선권에 배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선거가 도입된 17대 총선 이래 처음이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이여자’(20대·여성) 대신 젠더(gender) 이슈에 민감한 ‘이남자’(20대·남성)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17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14일 결정된 당 비례대표 당선권 후보에 여성단체 출신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1~7번 순번엔 최혜영 강동대 교수와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장애인 대표와 안보·노동·인권·경제 전문가, 청년 후보 등이 배치됐다. 8번은 에너지 전문가인 이경수 이터(ITER) 국제기구 부총장이, 9~10번은 민주당 당직자에게 돌아갔다.

17대 총선에서 첫 도입된 이후 비례대표는 여성계 인사들의 등용문이었다. 17~20대 총선에서 여성계 인사들이 각각 두 명씩 국회에 입성했다. 17대에선 이경숙 전 의원(여성단체연합 대표)와 윤원호 전 의원(부산여성단체협회장)이 당선됐다. 18대에선 최영희 전 의원(여성민우회 초대 부회장)과 김상희 의원(여성환경연대 대표)이, 19대에선 정순옥 전 의원(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과 남인순 의원(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이 입성했다. 20대 국회에선 권미혁 의원(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과 정춘숙 의원(한국여성의전화 대표)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계 인사들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민주당에서 당선 가능한 비례대표 의석은 7석 안팎이다. 20석 안팎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던 과거 선거와 양상이 달라졌단 얘기다.

또 민주당의 취약점인 20~30대 남성의 표심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20~30대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며 “이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에는 문재인 정부의 ‘여성 친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