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민주당 김부겸·통합당 주호영 격돌
코로나 사태·통합당 탈락자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 변수
[4·15 격전지를 가다] 대구 수성갑…4선 의원 간 양보없는 한판
대구 수성 갑 선거구에 흥미진진한 총선 대진표가 나왔다.

수성 갑은 대구를 '텃밭'으로 여기는 미래통합당 대구시당·경북도당 당사가 있는 선거구로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선택했다.

당시 김 의원은 62.3% 득표율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일방적으로 따돌리는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15∼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경기도정을 두 차례 이끌어 '대권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을 누르고 대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의미 있는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4·15 격전지를 가다] 대구 수성갑…4선 의원 간 양보없는 한판
김 의원이 '험지 중 험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 뛰어들어 여의도로 복귀한 지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권이 교체되고,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이슈들이 쏟아졌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예비 후보들이 지역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선거판을 뒤집는 변수가 생겼다.

미래통합당이 수성 을 선거구에서 내리 4선을 한 주호영 의원을 이곳에 공천하는 바람에 수성 갑은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공천 경쟁을 한 예비 후보들이 김 의원을 상대하기에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다.

판사 출신인 주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처음 단 뒤 20대까지 16년간 의석을 지켰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수성 을 선거구를 여성 우선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해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공천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주 의원 선거캠프 한 관계자는 공천 확정 후 "개인적으로는 수성갑 출마를 원하지 않았지만,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공천 결과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주 의원은 하루아침에 적수가 된 김 의원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다.

두 사람은 30여년 전부터 개인적 친분을 맺어왔고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김부겸을 꺾을 대항마로 나서 달라고 강권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도 주 의원에 대한 발언에 조심스러운 모습이고, 정치 관련 발언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대신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태며 감성으로 호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예비후보 등록에 맞춰 '함께 이겨냅시다.

힘내자 대구·경북'이라고 새긴 대형 현수막으로 선거사무실 외벽을 덮는 등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 의원은 "코로나19가 대구에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대구·경북 주민이 느끼는 불안감과 상실감은 대단하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 안전과 안정, 그리고 빠른 일상 회복이고 총선은 그다음 문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두 후보 사이에 전운이 감돌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칼날이 직접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밑 신경전은 어느 곳만큼이나 치열하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차츰 완화하면 5선 고지를 향한 두 후보 간 불꽃 튀는 접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성 을에서는 통합당 공천 탈락자 가운데 이진훈 전 구청장 등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어 보수 후보 간 표 분산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