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높은 지지율 업고 텃밭 재공략…천정배, 관록 앞세워 수성전
민주당 지지율 변화, 국민의당 분열 평가에 지역 정가 촉각
[4·15 격전지를 가다] 광주 서구을 6선 의원과 4년만의 재대결
광주 서구을은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와 6선의 민생당 천정배 의원이 4년 만에 재대결을 펼친다.

민주당으로선 텃밭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고, 민생당은 호남의 거물급 정치인이 나서는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양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선거를 주도하려고 한다면, 천 의원은 탄탄한 지역 기반과 '인물론'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4년 전 '안철수 바람'과 국민의당 돌풍으로 양 후보가 패배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바람'에 양 후보가 약진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점은 변수다.

치열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논란이 불거져 '오만한 민주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점도 큰 부담이다.

양 후보도 경선에서 이남재·고삼석 후보와 난타전을 펼치며 많은 잡음을 만들어냈다.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견제하고 민주개혁 세력에 힘을 모아 달라는 천 의원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4년 전 지지를 몰아줬던 국민의당이 분열하고 민생당으로 합쳐지는 과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크다는 점은 천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구을은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가 많고 선거 때마다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 판세를 쉽사리 점칠 수 없게 한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지역민들이 정의당 유종천 후보에게 어느 정도의 지지를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양향자 후보는 정치 신인으로 나선 지난 총선에서 관록의 정치인에 패배했지만, 그동안 쌓인 정치 경력과 지역 기반을 내세워 설욕을 자신하고 있다.

양 후보는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등의 경력을 쌓았다.
[4·15 격전지를 가다] 광주 서구을 6선 의원과 4년만의 재대결
민주당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을 지내며 일찌감치 지역구에서 표밭을 다져왔다.

양 후보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경제 전문가로 열악한 광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의 전장산업 유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공약에 담았다.

양 후보는 "선거는 당 대 당 선거이자 인물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전승했으나, 이후 사분오열 정치로 실망감을 안겨줬고 시민들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행태를 심판할 것이다"고 천 의원을 겨냥했다.

천정배 의원은 6선 의원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국민의당 공동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경력의 인물임을 내세운다.

호남 정치의 일당 독점을 막고 경쟁 체제를 만들어 대선에서 호남의 재집권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 산업, 광주형 일자리,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 현안 해결을 돕고 5·18진상규명특별법 발의, 5·18진상규명특위 출범,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광주 군 공항과 마륵동 탄약고 조기 이전, 인공지능·친환경 자동차·에너지 산업 육성도 약속했다.

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 과거의 민주당 일당 독점으로 돌아간다면, 비호남 중심의 민주당 주류 세력은 더는 호남 출신 대권 주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며 민주당과 양 후보를 견제했다.

두 후보의 리턴매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고 양 후보에게 기회를 줄 것인지, 천 의원을 다시 선택해 민주당과의 경쟁 체제를 만들어줄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시민 양모(52·공무원)씨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양향자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며 "하지만 민주당에만 몰아주면 호남 정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천 의원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