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에서 "지금까지 잘해왔다" 신뢰감
위기 속 경제 컨트롤타워 흔들기 차단…홍남기 "최선 다하겠다"
문 대통령, '해임 논란' 홍남기에 힘싣기…"앞으로도 잘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취 논란이 제기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경제 수장에 대한 신임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비상한 시국에 빠진 상황에서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을 불러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등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에 가해진 충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 등이 금융시장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논의할지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한편으로 이목이 쏠린 대목은 홍 부총리의 거취 언급 여부였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전날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 부총리가 파열음을 낸 탓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 7천억원의 규모의 추경안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추경안을 짜온 홍 부총리를 두고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홍 부총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경안 규모와 관련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걸고넘어진 데 대해서는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비췄다.

이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추경을 두고 이처럼 당정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방치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상황에서 당정청이 한 몸처럼 움직여도 시원찮을 판에 엉뚱하게 홍 부총리의 거취 논란이 불거진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한 것도 거취 논란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타개하는 데 필요한 경각심을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 회의에서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전선 '워룸'(전쟁상황실)이 본격 가동돼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신임을 확인한 홍 부총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만큼 추경 규모와 홍 부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