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 반촛불 세력' '야당심판 대 정권심판' 전선 강화할듯
중도층 표심 영향 주목…"선거제 개혁 취지와 달리 양극 정치 강화"
'범여권 비례연합 vs 미래한국당' 구도 현실화…'진영대결' 심화
4·15 총선에서 여야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13일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면서다.

총선 정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진영 간 대결 전선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던 상황에서 이례적인 위성정당의 등장을 계기로 진영 대결이 선명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의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의 명분을 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에서 찾고 있다.

통합당이 개정 선거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을 '도둑질' 하려 했기 때문에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발판으로 원내 1당이 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입법 과제가 무산될 수 있으며 나아가 문 대통령 탄핵 시도 가능성까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1일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전당원 투표 방침을 밝히면서 "통합당은 가짜 페이퍼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정당의 의석을 도둑질하는 반칙을 저지르고 있다.

더구나 오만하게도 반칙으로 제1당이 되면 보복 탄핵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발언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주도하고 미래한국당 창당을 비판했으면서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점을 고리삼아 '말바꾸기 정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지난 9일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이 의석수에 눈이 멀어 야합세력 간 밀약마저도 잊어버린 것 같다"며 "오직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자신들이 만든 선거법도 내팽개칠 수 있는 정권은 당연히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맹공했다.

여야의 비례정당이 지지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은 우선 '통합당 원내 1당 저지'를 목표로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외에 다른 개혁·진보 진영 정당이 추가 합류한다면 결집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서 통합당 영입인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까지 공천을 검토하면서 범보수 진영 지지자들을 아우를 수 있다.

지난 5일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통합과 결집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를 낸 것도 이런 진영 구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과 통합당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세력이라는 점을 들어 '촛불세력 대 반(反) 촛불세력'을 부각하며 이른바 '촛불혁명' 완수를 위한 야당 심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부·여당의 부실 대응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정권심판론을 기치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선거제 개혁의 애초 취지와 목표가 여야의 비례정당 창당으로 다 무너졌다"며 "선거제 개혁은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다당제로 분산시키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진영 논리로 나뉘어 더 극단적인 양극 정치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범여권 비례연합 vs 미래한국당' 구도 현실화…'진영대결' 심화
이런 진영 구도가 강해질수록 중도층 표심의 향방도 주목된다.

각 진영에 대한 실망감이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키우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거나, 반대로 각 진영으로 수렴되는 '구심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몇천표 차로 승부가 날 수 있는 수도권 박빙 지역에는 결정적인 승패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오는 26∼27일 후보 등록 마감까지 각 당의 공천 작업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느냐도 변수다.

비례 순번 배정을 둘러싼 불협화음, 비례후보 개개인의 검증 리스크 등이 뇌관이 될 수 있다.

여러 세력이 참여하게 될 비례연합정당의 경우 후보 등록 마감(3월 27일)까지 2주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리스크를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담 요소다.

진보·개혁 진영의 주요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민생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할 경우 범여권 내 균열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명분을 저버리는 것이고 반칙이 난무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생당도 당내 이견이 있긴 하지만 공식 입장은 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참여를 결정함에 따라 정의·민생당 내부의 논의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만, 끝내 '참여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민주당으로선 '범진보 연합'이라는 의미가 퇴색하면서 명분상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원내 1당 저지뿐 아니라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확대라는 개정 선거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선거법 개혁에 참여한 당사자임에도 스스로 선거법 개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박용진 의원),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들이 불리하다 해서 그 꼼수를 따라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민주당 정신에 어긋난다"(김영춘 의원) 등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