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천을 둘러싼 미래통합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왼쪽 사진)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공천관리위원회에 각각 참석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공천을 둘러싼 미래통합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왼쪽 사진)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공천관리위원회에 각각 참석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을, 부산 북강서을,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등 6개 지역구 공천에 대한 재의(再議)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컷오프’(공천 배제) 현역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까지 일자 공천 작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공관위는 이 중 연수을과 달서갑에 대한 재의 요구를 수용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당내에선 공천을 둘러싼 황 대표와 김 위원장 간 정면충돌은 일단 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수을·달서갑, 원안 뒤집고 경선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연수을과 달서갑에 대해 당초 결정을 뒤집고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연수을에선 이 지역 현역인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이, 달서갑에선 이두아 전 의원과 홍석준 전 대구시 경제국장이 맞붙게 됐다. 달서갑 현역인 곽대훈 의원에 대한 컷오프 방침은 유지됐다.

앞서 통합당 최고위는 공관위가 제출한 64명의 지역구 후보 추천 명단 중 6명에 대한 재심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강남을·우선 추천), 미래를향한전진4.0 출신 김원성 최고위원(북강서을·단수 추천), 민 전 의원(연수을·단수), 이 전 의원(달서갑·단수), 서병수 전 부산시장(진갑·우선), 서일준 전 거제 부시장(경남 거제·단수) 등이다. 황 대표는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당내에서 공천 과정의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고 반발도 적지 않았다”며 “공관위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공관위는 나머지 네 곳에 대해서는 위원 만장일치로 원안을 확정했다. 통합당 당규는 ‘최고위가 공천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원안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의 요구가 들어온 여섯 곳 중 두 곳만 경선 지역으로 결정한 데 대해 “합리적 근거를 갖고 공천했지만, 최고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한 것”이라며 “‘이기는 공천’ ‘쇄신 공천’ 두 가지만 보고 재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수을과 달서갑, 거제(김한표 의원)는 현역들이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왔고, 북강서을과 진갑에선 경선 없이 후보가 결정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김형오 키즈’로 불리는 최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은 사천 논란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선 과거 ‘막말 논란’을 빚은 민 의원의 낙천과 관련해 “정권을 비판하면서 한 말인데 단순 막말로 치부할 수 있느냐” “유승민계(민 전 의원)에 대한 배려가 과도하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의원은 지난달 말 낙천한 뒤 공관위에서 재심 청구가 반려됐으나, 이날 공관위가 경선 결정을 내리면서 기사회생했다.

黃·金 정면충돌은 피해

통합당 내에선 이날 공관위 발표가 나온 뒤 “김 위원장이 공천 번복은 최소화하되 황 대표 체면은 살려 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건 막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통합당 한 당직자는 “여섯 곳 중 절반 이상의 결정을 뒤집으면 다른 공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라며 “황 대표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준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할 공천 지역이 상당수 남아 있어 황 대표와 공관위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말 공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 대표에게 ‘공천에 일절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황 대표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황 대표는 60%가량 지역구 후보가 확정되는 과정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오히려 ‘친황(친황교안)계’로 분류되던 유기준·이진복·김도읍·민경욱·윤상직·정종섭 의원 등은 공천을 못 받거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외에서도 원영섭 조직부총장과 김우석 대표 정무특보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통합의 한 축이던 유승민·안철수계 현역은 대부분 공천을 받거나 경선 기회를 보장받았다.

당내에선 황 대표의 재의 요구에 ‘신주류’ 친황계가 제대로 서지 못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측근이 무더기로 잘려나가는데도 황 대표가 보고만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게 사실”이라며 “‘가만있는 건 아니다’는 모습을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통합당 ‘공천 잡음’을 지적하면서 황 대표의 공관위 제동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천 논란이 해결돼야 통합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