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지자체 "추경만으론 부족"…청, 재난기본소득 선그으면서도 "취지 공감"
靑 경제수석 "추경,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필요한 대책 계속 검토"
일각선 2차 추경 가능성도 흘러나와…실효성 문제 제기될 수도
코로나 극복 '현금성 지원' 대폭 확대 목소리…청와대 "고민 중"(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파장 속에 정부가 민생·경제 충격 극복을 위한 현금성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회에서의 적극적인 증액, 나아가 2차 추경까지 단행해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재 제출된 추경을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례없이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넓어지는 분위기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 극복 '현금성 지원' 대폭 확대 목소리…청와대 "고민 중"(종합)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천억원의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로 제출한 바 있다.

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의 11조6천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감염병 대응 추경 가운데 최대규모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19가 불러온 파장을 고려하면 여전히 재정투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추경 증액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 10일 전국의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상품권 60만원어치씩을 주는 내용을 포함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수면 위에서의 대응과 별개로, 물밑에서는 추가 현금지원책에 대한 고민이 상당부분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연합뉴스TV '뉴스큐브'에 출연해 "(지금 제출한) 추경이 통과된다고 해서 그게 정부 대책의 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대책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여야 모두 추경사업의 일부 조정이나 증액을 요청하는 것으로 안다"며 "여야 모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수석은 "하지만 그 규모나 내용은 국회에서 논의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증액 등 조치 이뤄질 걸로 예상한다.

국회가 논의하기 전에 정부 쪽에서 증액 여부나 규모를 먼저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증액 규모는) 국회 논의에 맡기면 다음주 중에는 결론 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결국 정치권이나 지자체장들의 강력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정부로서도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라는 관측도 많다.

일례로 대구·경북(TK)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 역시 정부는 실효성 등을 이유로 그동안 신중론을 펴 왔으나, 대구시장과 정치권에서의 요청에 따라 최근에는 '긍정 검토' 쪽으로 분위기가 바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시장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기에 여러 요건이나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는 지시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그럼에도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이나 2차 추경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자체장들 제안 중에는 박원순 시장이 제시한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긴 하지만, 아직 정부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원대상자를 분류·검토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돼 실제로 재정지원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나,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집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2차 추경 편성 요구에 대해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지금 2차 추경을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우선은 현재 제출돼 있는 추경안의 통과와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이후 추가 재정지원 방안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