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한국 여행제한 조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한국 여행제한 조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자국민의 한국여행 제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외교부가 13일 “고무적이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 여행금지국에) 단순히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상황이 진전되면 기존 제한들이 제거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또 “너무 지나치게 낙관하기봐는 계속 주의하면서 방역 노력을 강화하고,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전하며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온 노력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13일부터 30일동안 미국인의 유럽 여행과 유럽발 미국 입국(영국 제외)을 모두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해선 “이들 국가의 상황 개선 여부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여행제한과 경보를 재평가하겠다”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입장에선 굉장히 반가운 일이지만 미국의 입장은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이탈리아와 관련해선 “전세기를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다시 한 번 전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현지 거주자들이 자력으로 출국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탈리아에 전세기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데 대해선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가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만 입국 제한을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서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경쟁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12일 오후 2시 현재 집계에 따르면 한국발 입국을 차단한 국가는 총 123곳이다. 입국 금지는 53곳, 제한은 70곳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국만 유별나게 고립됐다고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가 100여곳이 넘어 우리가 국제적으로 고립됐단 말이 있다”며 “일본에 대해서도 90여곳, 중국에 대해서도 140여곳이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