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재난기본소득' 지급 공방

與 포용국가비전위 첫 토론회
국민 절반 정도가 혜택
기금 신설해 재원 마련
12.2兆 소요…일회성 지원

정세균 총리 "국민 공감대 중요"
홍남기 부총리 "재원 감당 안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왼쪽)과 이인영 총괄본부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왼쪽)과 이인영 총괄본부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일정 금액을 국민에게 직접 주는 재난기본소득(재난소득)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내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이번주 재난소득 지급을 위한 첫 토론회를 열고, 지급 근거를 명문화하는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도 재난소득 문제에 대한 공식 논의에 처음으로 나섰다. 청와대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재난소득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는 움직임이다.

공식 논의 시작한 민주당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코로나19 재난극복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긴급 토론회를 연다. 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소득 10분위 중 1~6분위(하위 60%)에 1인당 현금 5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김민석 포용국가비전위원장은 “재난소득 문제를 공론화해 무상급식과 기초 노령연금과 같이 국민 호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하위 60%에 50만원씩 지급"…與 '재난소득법' 발의 추진

포용국가비전위는 또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코로나19 재난극복기금법’을 이번주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재난 피해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는다. 다만 매월 일정 금액을 주는 기본소득 개념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일회성 자금 지원으로 한정했다. 수혜 대상은 전체 국민 소득을 10분위로 나눠 근로자는 1~4분위(월소득 376만원 이하), 근로자 외 가구는 1~6분위(월소득 352만원 이하)다. 국민의 절반가량인 2449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필요 예산은 약 12조2000억원이다. 법안 마련 작업에 참여한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 등 지원 대상을 줄이면 전체 예산을 10조원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포용국가비전위는 관련 내용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재난소득이 포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홍콩도 160만원 줬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도 재난소득 문제를 이날 공식 의제로 올려 논의했다. 다만 회의 참석자들은 당장 추경 예산안에 편성하는 건 어렵다는 신중론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통과 후나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후로 논의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추경안 통과 목표가 당장 내주 초인데 여기에 재난소득 논의까지 더해지면 야당과의 협상만 어려워질 것”이라며 “논의 시점을 추경 본회의 통과 이후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에서도 재난소득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홍콩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성인 1인당 160만원가량의 현금 지급을 발표했다”며 “재난소득을 포함해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모두)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진 최고위원 역시 “재난소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춘 의원도 SNS에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처한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구조수당 1인당 100만원 지급에 찬성한다”고 적었다.

“추경 규모와 지원 범위 늘릴 것”

하지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재난소득이 일회성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등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김영춘 의원 등은 일회성 자금 지원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좀 더 신중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기본소득으로 편성하는 건 정치권과 국민이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재정과 여론을 볼 땐 찬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이번 추경은 (상품권 지급 등이 포함돼) 재난소득의 시범 실시 성격이 있다”며 추경 편성 이후 논의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면 25조~50조원의 돈이 들어야 한다”며 “일부 지역은 가능할지 몰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효과를 떠나 재원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반대 방침을 밝혔다.

한편 당·정·청은 이날 추경 규모 증액과 지원 사업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확대와 교통·항공·여행업, 교육·문화·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추가 대책을 이번주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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