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다 금지법’ 결국 통과 >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 ‘타다 금지법’ 결국 통과 >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법안 내용은 하나도 몰랐어요. 누가(박용진 의원) 돌아다니면서 반대에 표결하라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 하루 뒤인 6일.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다선 의원은 “법안이 부결될 줄 정말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박용진 의원이 법안의 부당성을 설명하며 반대표를 던지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조차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1호인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원격의료, 공유경제 정책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강성 의원들이 쌓아 놓은 ‘철옹성’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나온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지시해도 청와대를 장악한 시민단체 출신 간부들 선에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며 “모든 정책의 목적을 표나 특정 집단보다는 국민 후생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찬성 168 vs 반대 8 '타다 금지법' 통과…한발짝도 못나간 혁신 성장
법안만 올라오면 시끄러운 규제혁신법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하는 대표적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銀産)분리(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제한) 규제완화 법안이다.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당정이 교감한 뒤 2018년 6월 본격화한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부터 발목을 잡았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방안이었다.

당시 이학영·제윤경·박용진 의원 등은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며 “부실이 생기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 등 20여 명이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판장’에 서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은산 분리를 막기 위해 청와대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한 셈이다.

찬성 168 vs 반대 8 '타다 금지법' 통과…한발짝도 못나간 혁신 성장
지난 5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부결도 이들 강경파 의원이 주도했다. 박 의원은 5일 본회의 찬반 토론에서 “개정안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불법 기업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본회의 전엔 의총에서 개별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부탁했다.

다만 강경파 의원들도 법안 부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여당 내 찬성표와 야당이 있기 때문에 부결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케이뱅크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 5월 다시 국회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본 확충, 사업 정비 등의 일정을 거치면 4분기에나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타다 170만 이용자 선택권 잃었다”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는 여당이 법으로 운행을 중지시켰다. 잇단 반대 집회와 택시기사의 분신에 여당이 나서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이날 재석의원 185명 중 찬성 168명, 반대 8명, 기권 9명으로 통과됐다. 여당 의원 중에는 최운열, 설훈 등 2명만 반대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타다가 법 제도 안에 들어온다고 말하지만 타다는 곧바로 문을 닫고, 170만 명의 이용자는 선택권을 잃게 될 것”이라며 “타다는 미래로 가는 첫차가 아니라 과거로 가는 마지막 차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25만 명의 택시기사 ‘표심’에 혁신 성장을 포기한 여야 정치권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교통 분야를 포함한 승차공유 활성화를 주장한 기획재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원격의료·공유경제 모두 줄줄이 막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부랴부랴 시범 시행된 원격의료는 시민단체가 반발해 사전 도입에 실패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2018년 8월 군부대 및 섬, 산골 마을 지역에 한해 원격의료를 도입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의료계 등 시민단체가 병원 영리화 사전 작업이라며 반발해 법안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원격의료 제도를 이미 도입한 미국 일본 중국과 달리 위기 상황에 시행돼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몇 달이라도 먼저 도입했으면 코로나19 방역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란 뒤늦은 후회가 나온다.

김우섭/정지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