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아닌 외교조치로 판단…외교부 "의도 의심"·강경화 "배경에 의문"
'중국은 놔두고 일본에만 맞대응' 지적도…소식통 "지금껏 쌓인게 있지 않느냐"
청 "상호주의 입각 대응 검토"…무비자 입국금지 등 日조치 그대로 시행 가능성
일본조치 '저의' 의심·'비우호적' 비판…일본인 방한 제한하나(종합)
정부는 6일 일본 정부가 전날 발표한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강화 조치가 방역 목적이 아닌 외교적 조치라고 판단하고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이나 호주 등 한국에 입국제한 조치를 하는 다른 국가들에는 상응조치를 검토하지 않으면서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강력히 대응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연 뒤 일본의 입국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못지않은 입국 규제책이 나올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은 9일부터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 금지'와 '14일간 격리' 등을 실시할 예정인데, 한국도 이런 조치를 방한하려는 일본인에 대해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일본의 조치가 시행되기 전인 늦어도 8일까지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일본의 입국규제 강화 조치들을 '한국인 입국거부'로 규정하며, 그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배포한 입장문에서 일본의 조치가 '불합리하고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극히 유감을 표하며 금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조치에 저의가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방역 외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가 "매우 부적절하며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조치가 '비우호적이며 비과학적'이라면서 "일본의 조치가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보고 우리도 외교적 성격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조치의 이유를 국민 불안감이라고 했다"면서 "비과학적 조치라고 스스로 말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일본이 방역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의 방역 실패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아베 총리가 일본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더 나아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한국 등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조치 '저의' 의심·'비우호적' 비판…일본인 방한 제한하나(종합)
그러나 정부 설명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도 방역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볼 수 있고, 일본 입장에선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한국으로부터의 여행객 유입이 불안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지금껏 100여개 국가·지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다양한 입국제한 조처를 했지만, 한국이 보복 성격의 상응조치를 취한 적은 없는데 일본에 대해서만 칼을 뽑아 든 모양새다.

중국도 상당수 지역에서 한국인에 대해 격리 조처를 하고 있지만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일본에 대해서만 맞대응하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의 조치가 해당 국가의 방역능력 등을 고려할 때 수긍이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중국은 방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부당함에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방역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같은 선진국인 호주에 대해선 왜 상응조치가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선 외교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와 한·호주관계가 같을 수가 없으며 양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도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지금껏 쌓인 게 있지 않으냐"면서 "그런 점이 고려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냉랭한 한일관계 상황이 일본에 강력히 대응하는 배경임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에도 지금껏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는데 일본이 갑작스럽게 한국인 입국을 막자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격하게 대립하다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계기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일관계가 다시 감정싸움을 동반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조치 '저의' 의심·'비우호적' 비판…일본인 방한 제한하나(종합)
관심은 정부가 일본에 대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을지다.

외교부는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다 구체적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언급했다.

정부는 일본이 취한 '14일 격리' '무비자 입국 중단' 등의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행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의 방한을 사실상 막는 조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일본에 대한 오염지역 지정, 여행경보 격상, 검역 강화 등의 더 낮은 수위의 조치들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