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법안 부결 후 일괄 퇴장…개의 1시간 30분 만에 파행
민주 "오해 있으면 해소해야", 통합 "민주당이 약속 깼다"
인터넷은행법 '깜짝 부결'에 본회의 안건 13% 처리 후 '스톱'
국회가 밀린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5일 연 본회의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깜짝 부결'로 준비한 안건을 13%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파행됐다.

여야는 이날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정세균 국무총리 시정연설 청취,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법안 178건 처리를 위해 오후 2시 10분 본회의를 열었다.

본회의가 시작하자 여야는 차분한 모습으로 정 총리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대부분의 의원들이 마스크를 끼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본회의장에 들어왔고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3분의 2가량 자리를 채웠다.

정 총리 시정연설 종료 후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추천 안건 의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등의 처리 과정도 순조로웠다.

스물 두 번째 안건인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기권 2명으로 반대 없이 가결됐다.

그러나 스물 세 번째 안건인 인터넷전문은행법 차례가 되자 여야 의원들은 찬반 토론에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며 "KT는 지난 몇 년 동안 취업 비리,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 끊임없이 불법을 저지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을 실망하게 한 기업"이라고 반대 토론을 했다.

바로 뒤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이 법안을 부결시킨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하신 핀테크 규제 1호 법안이 여기서 좌절되는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법과 이 법을 패키지로 묶어 통과시키기로 했는데 이 법만 통과를 시키지 않으면 약속 위반, 아주 나쁜 선례가 된다"고 찬성 토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도 강한 반대의 뜻을 보이며 토론에 동참했다.

인터넷은행법 '깜짝 부결'에 본회의 안건 13% 처리 후 '스톱'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토론 종결을 선포한 뒤 진행된 투표는 재석 의원 184명 중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예상치 못한 부결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수가 나왔으나, 통합당 의원들은 항의하며 우르르 일어났다.

앞서 정무위원회에서 여야가 금융소비자법과 인터넷은행법을 모두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민주당이 처리하고자 한 금융소비자법은 무난히 가결됐으나 한국당이 처리를 원한 인터넷은행법은 부결된 것에 당황한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럴 거면 합의는 왜 하냐", "야비하다", "위법하다"고 소리치며 일제히 퇴장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일괄 퇴장하자 주 부의장은 "의결정족수가 안 돼서 교섭단체간 협의를 위해 정회 요청이 들어왔다"며 스물 네 번째 안건인 공공기관운영법 투표를 무효로 하고 오후 3시 40분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당시 재석 의원은 113명이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아예 본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30분 만에 본회의가 멈추면서, 처리 예정이었던 안건도 모두 '스톱'됐다.

국회는 이날 183건의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정회 전까지 23건(13%)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최대 관심사였던 '타다 금지법'도 처리되지 않았다.

정회 후 여야는 흩어져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상황이) 많이 꼬였다"며 "서로 대화를 해봐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조금 덜 됐거나 잘못된 부분은 짚어보고 오해가 있으면 해소해 정상화해야 한다.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정무위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의총에서 "애초에 받은 의안 순서는 인터넷은행법이 먼저고 그 다음이 금융소비자법으로 돼 있었는데 본회의장에 가보니 순서가 바뀌었다.

국회의장이 재량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여야가 같이 통과시키기로 한 법 중 하나는 받아먹고 하나는 부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은행법 '깜짝 부결'에 본회의 안건 13% 처리 후 '스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