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첫 개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 제일주의'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고위간부들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에도 칼을 빼들었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는 조선노동당의 혁명적 본태를 확고히 고수해나가자' 제목의 사설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어긋나는 현상에 대하여서는 즉시에 불을 걸고 사소한 싹도 제때에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밝혔다.신문은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최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가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라며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면 전쟁을 선포하고 끝장을 볼 때까지 강도 높이 벌여나가려는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인민이 부여한 권한을 악용하여 특권과 특세를 부릴 때는 그가 누구이든 직위와 공로에 관계없이 단호히 칼을 들이대는 우리 당의 원칙적인 투쟁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인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틀어쥐는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간부들에게 주문했다.인민의 보건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문은 "우리 당은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초기부터 있을 수 있는 정황과 후과를 예견하고 국가적으로 확고하고도 믿음성이 높은 방어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며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들의 생명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신문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보내시고 나라 위해 장한 일을 한 국방과학전사를 업어도 주시며 어로공들의 험한 손도 다정히 잡아주시는 절세 위인"이라고 하는 등 김 위원장의 '친서민적 이미지'를 부각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강도 높은 비판 성명에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담화에 대한 반박이나 대북 메시지 없이 무입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부적으론 곤혹스럽다는 분위기지만 겉으론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4일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의 발언 배경과 의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지만 관련해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청와대는 김여정의 첫 대남(對南) 비판 담화가 기존에 외무성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에서 배포한 비판 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완전히 끊긴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을 뿐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군이 주기적으로 훈련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훈련만을 ‘도발’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북측의 불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에둘러 의미를 축소했다.여권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것을 보면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담화 발표자의 명의와 표현 등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거침없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담화에는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주제넘은 실 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담겼다. 앞서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공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했지만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를 강조한 기존 발언을 재차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총성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6·25 전쟁 70주년이자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전쟁의 비극을 되돌아보면서 안보와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외교 관련 일정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력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터키 등 3개국 순방을 취소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밤 자신의 명의로 담화를 내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주제넘은 처사”, “겁먹은 개가 더 요란히 짖는다”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다.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란 제목의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밤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김여정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담화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북한 세습독재 김씨 가문에서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대외에 낸 건 김여정 이전엔 없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고모인 김경희가 김정일의 막후 조언자 역할을 했지만, 김경희는 대외 메시지를 낸 적이 거의 없다. 김여정은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2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미가 3월에 예정됐던 합동군사연습을 무기한 연기한 데 대해선 “남측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청와대가 결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또 “그리도 전쟁 연습 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변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다. 김여정은 김정은을 대신해 남북한 간 교류의 다리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당시엔 북한의 특사 자격으로 평창올림픽 개회식을 방문하고 청와대에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지난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땐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했다.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선 행사장 곳곳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이 때문에 김여정의 이번 담화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이 예전보다 한층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말 김여정이 당 전원회의에서 당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의 실세로 자리를 옮겼다는 예측이 많았다”며 “이만건 당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후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각종 정책적 결정에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의 현재 행보는 과거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밑에서 선전선동 업무를 맡으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설 공연에 김경희가 참석한 모습이 심상치 않다”며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김씨 가문 내 결속을 더욱 다지고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