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태극기세력', 통합당으로 뭉칠까…공천·탄핵갈등 뇌관(종합)

친박신당·자유공화당 "뜻 받든다"…'표분산' 우려한 통합당 '환영'
공천 지분·탄핵 찬반 놓고 갈등 내재…화학적 결합은 '산 넘어 산'

4·15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우후죽순 등장했던 강경 보수 성향 정당들이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계기로 범보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옥중에서 '태극기 세력'을 향해 '분열하지 말고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범보수 진영에서 가장 몸집이 큰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른바 '태극기 세력', '아스팔트 우파'를 등에 업은 자유공화당(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친박신당·한국경제당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총선에서 보수우파 표심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에서는 득표율 1∼2%로도 당락이 갈린다.

즉, 이들 군소 우파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고 보수표 일부를 가져가면 통합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실제로 통합당에서 공천에 탈락한 현역이나 전직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친박신당과 자유공화당 등 합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당장 경기 성남분당을에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김순례 의원은 이날 통합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자유공화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날 오후 전해지자, 자유공화당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와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는 연이어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로 구성된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구심점'인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공천 결과에 반발해 친박신당이나 자유공화당으로 짐을 싸려던 통합당 내 낙천자들도 졸지에 갈 곳을 잃은 모양새가 됐다.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때 대거 탈당이 예상됐지만, 군소 보수정당까지 통합당으로 뭉치게 되면 탈당 후 다른 당으로 출마하거나 무소속 출마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보수정당 난립이 표심 분열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했지만, 한시름 놓게 된 셈이다.

특히 통합당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보수결집이 가속화되고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해 김무성·정병국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일제히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애국의 결단'을 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다만 자유공화당·친박신당 등과의 화학적 결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는 공천 지분 문제가 있다.

당장 자유공화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을 향해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며 '공천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통합당이 공천 지분을 보장해주거나 선거연대를 통해 일부 지역에는 후보를 내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친박신당은 당장의 통합당과 연대나 통합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대구·경북(TK) 공천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저희가 행동하고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TK 낙천자들의 친박신당행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차후에 선거연대 등으로 통합의 효과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탄핵의 강'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홍문종 대표는 "탄핵을 묻고 가자는 것은 안 된다.

탄핵을 규명해야 한다"며 "길거리에 수백만이 (탄핵에 반대하며) 나와 있는데 보수우파의 거대 민심이 통합당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문재인 정권 심판'을 기치로 탄핵 시시비비는 묻어두기로 한 채 출범했지만, 통합이든 선거연대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태극기 우파'들과의 갈등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