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백두혈통' 김여정 내세워 대남 비난하고도 내부엔 '침묵'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를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3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북한군의 합동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이 훈련의 자위적 성격을 재차 강조하면서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반하장의 극치" 등 거친 막말성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담화는 4일 발행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이나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 등에서도 이 담화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내용 관영 매체는 주로 코로나19 동향과 자력갱생 경제발전 사업 등으로 채워졌고,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커녕 대남 비난언급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외 선전매체인 '메아리'가 이날 '허황된 협력타령' 제목의 기명 글에서 남측 당국의 각종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마디로 의지도 능력도 모두 결여된 자들의 허황하고 가소로운 잠꼬대"라고 일축한 정도다.

대내외 기관·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통신과 마찬가지로 대외 매체인 메아리도 북한 주민 개인이 직접 볼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북한이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하면서 내부에 소개하지 않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여러 차례 내각 외무성과 대남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고위관계자 등 명의로 한국 정부에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내부에 소개된 사례는 손에 꼽는다.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 추이 등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면서 대화의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