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거리 발사체 비난 청와대에 "적반하장 극치"
김여정 위상 한층 높아진 듯…이만건 해임 후 조직지도부 실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밤 자신의 명의로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여정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후 악수하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란 제목의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밤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김여정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담화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북한 세습독재 김씨 가문에서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대외에 낸 건 김여정 이전엔 없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고모인 김경희가 김정일의 막후 조언자 역할을 했지만, 김경희는 대외 메시지를 낸 적이 거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두 번째)이 지난 1월 25일 평양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이설주와 함께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파란 동그라미 표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참석했다. 앞줄 두 번째부터 오른쪽으로 김정은, 이설주, 김경희, 김여정. /연합뉴스
한·미가 3월에 예정됐던 합동군사연습을 무기한 연기한 데 대해선 “남측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청와대가 결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또 “그리도 전쟁 연습 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변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12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낼 김정은 명의의 조화를 전달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대화하던 모습. /통일부 제공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이 예전보다 한층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말 김여정이 당 전원회의에서 당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의 실세로 자리를 옮겼다는 예측이 많았다”며 “이만건 당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후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각종 정책적 결정에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의 현재 행보는 과거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밑에서 선전선동 업무를 맡으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설 공연에 김경희가 참석한 모습이 심상치 않다”며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김씨 가문 내 결속을 더욱 다지고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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